댄 라이언스 지음|안진환 옮김|한국경제신문|504쪽|1만9000원

“기업공개 아니면 파산이라는 거죠. 전혀 흔치 않은 일이 아닙니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 ‘자유분방한 사내 문화’, ‘혁신적인 기업구조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곳’. 흔히 떠오르는 스타트업에 대한 생각이다. 스타트업은 이렇게 한몫 챙기고자 하는 곳이 되었다. 한평생 저널리스트로 살아온 저자 댄 라이언스는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스타트업 ‘버블’을 체감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모순과 이면을 냉철하고 풍자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자신이 몸담았던 스타트업 회사인 ‘허브스팟’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허브스팟’은 그의 첫 직장이었다. 회사는 신입사원들에게 "너희는 최고의 인재들이야" 라고 세뇌하면서, 일종의 사이비 집단과 같이 행동했다. 뻔한 마케팅과 광고성 스팸메일을 남발하면서도 혁신과 최고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포장하기도 했다. 허브스팟엔 자유분방함은 없고 규정과 획일성만이 존재했다.

허브스팟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스타트업 회사였지만 직원들은 '무제한 맥주 제공, 괴상한 핼러윈 파티' 등 유흥에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기업이라면 자본을 아끼며 방만한 경영을 자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부실한 아이디어는 제쳐두고라도 참으로 이상한 투자를 하는 곳. 이른바 스타트업 ‘버블’이다.

허브스팟은 현금이 바닥나기 직전의 사태에서도 기업공개에 성공했다. 미국엔 이런 기이한 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전직 투자은행가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트립’은 “스타트업의 IPO(기업공개)는 매우 위험하다”라고 지적한다. 기업은 IPO를 통해 각종 회사의 경영지표를 공개하고 투자를 받아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그 가치가 실제보다 낮은 ‘버블’이 끼어 있어 파산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시장은 이상하게 돌아간다. 스타트업의 투자자와 창업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된 게임판에서 독식하며 스타트업 문화를 일그러뜨린다. ‘대학을 갓 졸업한 직원들에게 호화로운 특전을 부여하느라 돈을 날리는 곳’,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는 곳’.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민낯이다.

기술자체로 혁신을 이루고 매출을 높이는 형태의 스타트업은 없을까. 저자는 “기술 업계가 잠시 미쳐 날뛰던 시절에 대한 성찰과 스타트업의 이면에 대한 고찰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