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회사원 A씨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스노보드 빅에어(인공 슬로프를 내려오다 점프해 상하좌우 스핀을 보여주는 종목)를 보기 위해 2박 3일 평창 여행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숙소 예약을 하다 지쳐버렸다. 전화로 문의한 대부분 숙소는 "단체 손님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개인 예약은 지금 따로 받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가 있어 경기장과 가까운 곳을 찾다가 겨우 발견한 펜션 한 곳은 1박에 2인 기준 70만원(평소 성수기 25만원)을 요구했다. 한 명이 추가될 때마다 30만원씩이 더 붙었다. 4인 가족이 한 밤에 130만원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A씨는 올림픽 관람 계획을 접었다.

2018 평창올림픽 개막(2월 9일)을 앞두고 숙박 문제가 대회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는 평창올림픽 조직위를 찾아 "관중석에 빈자리가 없게 해 달라"는 특별 주문을 했다. "중계 카메라가 관중석을 비췄을 때 빈 곳이 보이면 올림픽 열기도 함께 증발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현재까지 입장권 판매 추이는 '썰렁 올림픽'을 충분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지난 7일까지 팔린 올림픽 티켓은 전체의 33%인 35만1000여장에 불과하다.

대회 조직위는 부진한 티켓 판매의 원인 중 하나로 숙박 문제를 먼저 꼽는다. 올림픽 관람 계획을 세우려면 1차적으로 숙소가 확보돼야 티켓 구입이나 교통편 마련 등의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 지금은 숙소 예약이 '불가능한 미션'처럼 되어 가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상황이 익숙지 않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올림픽 여행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본지는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강릉·정선의 숙소 예약 상황을 점검했다. 숙소 70곳에 직접 전화해 올림픽 기간 동안 숙박이 가능한지를 물었다. 이미 예약이 끝났다는 곳은 21곳(30%)에 불과했다. 70%의 숙소에 방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 예약을 따로 받지 않는다"는 곳이 24곳(34%)이었고, 25곳(36%)은 예약을 받지만 요금이 성수기의 2~4배 수준이었다. 결국 방이 없는 것이 아니라 꽁꽁 묶어두고 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요금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방을 계속 묶어두면 손님들이 올림픽 관광을 아예 포기할 수 있다"며 "조직위와 강원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인들이 방을 풀어놓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