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도 유심히 봐야 한다." 2006년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을 앞두고 국가정보원에서 정부 협상단 120명을 대상으로 극비 교육을 했다. 미국 CIA(중앙정보국)가 개발한 잠자리나 풍뎅이 모양의 초소형 드론 사진을 보여주면서 협상 전략이 감청 등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국정원이 오버한다"고들 했다. 그때만 해도 드론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다.

▶지난해 개봉한 '아이 인 더 스카이(Eye in the sky)'라는 영국 영화는 사실상 주인공이 드론이다. 아프리카 케냐의 안가(安家)에 은신 중인 테러 조직을 드론으로 감시하다 자살폭탄테러 계획을 확인하고 미사일로 공격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공군기지에서 조종하는 대형 공격용 드론과 안가 내부를 감시하는 딱정벌레 모양의 드론이 나온다. 11년 전 국정원의 경고가 빈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드론은 수벌 또는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라는 뜻이다. 처음엔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1935년 영국 해군이 함포 사격 훈련용으로 '여왕벌(Queen Bee)'이라는 무인 표적기를 사용했는데, 미군이 이걸 본떠서 만들어 드론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민수(民需)용 드론 시장은 중국이 잡고 있다. 중국 DJI가 세계시장의 70%를 석권한다. 중국 정부가 드론 관련 규제를 확 푼 덕이다. 민간 드론의 원조 격인 미국 3D로보틱스가 까다로운 규제로 기를 못 펴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무게가 12㎏ 이상인 대형 드론은 자격증이 있어야 조종할 수 있다. 무인 택배에서부터 농업·건설업과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업종으로 활용 분야가 넓어지면서 이 자격증이 인기라고 한다. 응시자 수가 최근 3년간 10배가 늘어 3000명을 넘어섰다. 학원비가 300만원대인데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20대 여성부터 반백의 은퇴자까지 몰린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불리는 드론이 한국에서는 취업용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 드론 산업은 규제가 가로막았다. 육안 거리에서만 드론을 날릴 수 있도록 하고, 야간 비행이나 고도 150m 이상 비행은 매번 정부 승인이 필요했다. 중국 반만이라도 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10일부터 특별승인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이걸 좀 완화했다. 이제 심야 방송중계나 도서 지역 택배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상업용 드론 수요는 세계적으로 연간 6조원을 넘고, 이런 드론을 활용한 택배 등 서비스 시장 규모는 140조원을 넘을 정도로 커졌다. 뒤늦게 돌기 시작한 드론의 프로펠러가 멈추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