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한림성심대 영상콘텐츠과 서무림(19)씨가 긴장한 표정으로 드론 컨트롤러를 들고 섰다. 그는 이날 드론 조종자 증명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최종 관문인 실기 시험에 네 번째 도전했다. 서씨가 컨트롤러를 조작하자 4개의 프로펠러가 돌면서 무게 13.5㎏의 드론이 서서히 날아올랐다. 위로 솟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삼각형을 그리는 '삼각비행', 직경 15m의 원을 그리며 도는 '원주비행' 등을 무사히 마치고 지정된 가로·세로 1m 지점 안에 드론을 무사히 착륙시켰다. 합격이었다. 서씨는 "나중에 방송국에서 영상 촬영 관련 일을 하고 싶은데 드론을 조종할 줄 알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은 최근 3년간 드론 조종자 증명 자격시험 응시자 수와 자격증 획득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자격증 취득의 최종 관문인 실기시험 응시자 수는 2015년 311명(205명 합격)에서 올해 3255명(1972명 합격)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공단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입시, 취업, 은퇴 후 재취업 준비 등을 위해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취미용 드론보다는 무겁고 무인 항공기보다는 가벼운 무게 12~150㎏ 드론은 자격증이 있어야 조종 가능하다. 드론 조종자 증명 자격시험은 만 14세 이상인 사람이 교육기관에서 20시간 이상 비행 교육을 받은 이후 응시할 수 있다. 비행이론 등을 다루는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2년 동안 실기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생긴다.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실기시험을 대비해 비행 훈련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20대 여성 취업 준비생, 야간 근무를 마치고 드론 조종을 배우러 온 현직 경찰관·소방관, 퇴직 경찰 등으로 다양했다. 파주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소방관 이현수(48)씨는 "소방관들이 드론 조종법을 배워두면 구조 업무 등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현재는 갑자기 물이 불어나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로프총 등을 쓰는데 드론을 이용하면 로프를 좀 더 정확하게 필요한 지점까지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농약 살포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드론 조종을 배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올해는 열네 살 여학생이 최연소로 자격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응시생들이 늘어나다 보니 교육기관 수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사전 점검을 받은 전문교육기관이 19곳, 일반 교육기관이 44곳으로 현재 60곳이 넘는다. 전문교육기관의 경우 교육비가 300만~350만원 정도라고 한다. 전문교육기관인 일렉버드 유에이브이의 박재홍 원장은 "예전에 헬기 조종을 했던 분들도 실기시험에서 여러 차례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 반면 컴퓨터 게임 등에 익숙한 20~30대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배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최근 개정된 항공안전법에 따라 드론 성능·제원, 비행계획서, 비상대응 매뉴얼 등을 사전에 항공안전기술원에서 검증받으면 야간 비행·비가시권 비행(조종자의 시야에서 벗어난 곳에서 비행)을 허용해주는 '드론 특별승인제'를 지난 1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제는 드론 택배나 야간 드론 공연 등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드론의 무게·성능·사용 목적 등에 따라 조종 자격증의 종류를 세분화하는 등 드론 사용 산업을 활성화하면서 안전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