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엇갈렸다. 지난 8개월간 함께 담금질을 마치고 올림픽 시즌의 첫 국제 대회에 나선 한국 썰매 대표팀 이야기다. 스켈레톤 윤성빈(23)의 출발은 산뜻했지만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32)·서영우(26)는 불안했다.

윤성빈은 11일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IBSF(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스켈레톤 월드컵 1차 대회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47초65로 2위를 했다. 1차 시기에서 전체 3위(53초76)였다가 2차 시기에서 2위(53초89)를 기록하면서 최종 순위도 함께 끌어올렸다.

윤성빈은 1·2차 시기 모두 스타트 기록에서 2위(4초81·4초82)를 차지했다. 그는 최근 "예전엔 썰매에 올라탈 때 체중이 실리면서 순간적으로 속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비시즌 기간 0.01초의 감속도 없도록 집중 훈련했다"고 말했다.

썰매 ‘아이언맨’이 2017~2018 시즌 첫 월드컵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며 평창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아이언맨이 그려진 헬맷을 쓴 윤성빈이 11일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코스를 주행하고 있는 모습. 아이언맨 영화 시리즈의 광팬인 그는 2013~2014 시즌부터 이 헬멧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다.

주행도 안정적이었다. 작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컵에선 1차 주행을 1위로 마치고도 2차 주행에서 흔들리며 최종 순위가 3위로 떨어졌다. 올해는 벽에 부딪히는 등의 실수 없이 코스를 탔다.

금메달은 '스켈레톤 제왕'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가 가져갔다. 그는 1·2차 시기 모두 스타트(4초87·4초83)에선 윤성빈보다 뒤졌는데, 주행에서 최적의 코스를 타는 능력을 보이며 역전했다. 조종을 최소화한 게 비결이었다. 스켈레톤에선 방향을 수정하기 위해 썰매를 조종할수록 마찰 저항이 생기므로 기록에서 손해를 본다. 1·2차 시기 모두 1위를 한 두쿠르스는 합계 기록에서 윤성빈보다 0.11초 빠른 기록(1분47초54)으로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윤성빈이 이번엔 금메달을 놓쳤지만, 내년 평창올림픽에선 기대할 만하다. 두쿠르스는 지난 8년 연속 스켈레톤 세계 랭킹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2010 밴쿠버올림픽, 2014 소치올림픽 모두 홈팀(캐나다·러시아) 선수에 밀려 2위를 했다. 그만큼 썰매는 홈 트랙 어드밴티지가 크다. 개최국 선수들은 홈 트랙에서 훈련할 기회가 경쟁국 선수들보다 월등히 많아 트랙을 아예 몸으로 익히고 탄다. 윤성빈이 내년 평창에서 두쿠르스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용 총감독은 "두쿠르스와의 격차가 매 시즌 줄고 있다. 홈 이점을 활용하면 올림픽에선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평했다.

출발은 더 빨랐는데 - 올 시즌 첫 스켈레톤 월드컵 대회 금메달은 라트비아의 마르틴스 두쿠르스(가운데), 은메달은 윤성빈(왼쪽), 동메달은 러시아의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가 차지했다. 지난 시즌 세계 1~3위였던 이들이 시상대 자리도 랭킹 순위대로 나눠가진 모습이다.

반면 한국 봅슬레이는 침체된 분위기다. 원윤종·서영우는 스켈레톤 대회가 끝난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2차 월드컵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52초67의 기록으로 27개 팀 중 13위를 했다. 전날 1차 월드컵(10위)보다 순위가 더 떨어졌다. 스타트 기록은 1차 시기 3위, 2차 5위로 무난했으나 주행에서 실수가 쌓였다.

심리적인 압박이 문제로 제기된다. 2014~2015시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부담이 파일럿 원윤종에게 쌓였다는 것이다. 이세중 SBS 해설위원은 "피에르 루더스 주행코치 등이 새로 대표팀에 합류했고, 아직 올림픽 때 탈 썰매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제 실력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지난해 장비를 완전하게 갖추고, 코치진 구성도 끝낸 윤성빈과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봅슬레이팀은 과거 랭킹 1위에 오를 때 탔던 라트비아 썰매와, 지난해 현대차가 제작해 기증한 맞춤형 썰매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이번엔 국산 썰매로 출전했다. 원윤종·서영우는 오는 25일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리는 3차 월드컵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