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고(故) 김광석씨 아내 서해순씨가 딸을 숨지게 내버려뒀다는 의혹과 관련,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서씨가 수사받게 된 것은 '김광석'이란 영화 때문이다. 지난 8월 개봉한 영화는 김광석씨가 타살됐고 그의 죽음에 아내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영화 개봉 후 서씨 딸이 2007년 사망했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나면서 서씨가 폐렴에 걸린 딸을 방치해 일부러 죽게 했다는 의혹도 번졌다. 민주당 의원까지 가세해 검찰에 서씨 딸 사망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고발장을 냈다. 서씨는 순식간에 남편과 딸을 살해한 혐의의 '희대 악녀'가 됐다.

경찰은 한 달 이상 수사했지만 범행 증거나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애초 영화에서도 서씨 범행을 증명할 만한 무슨 사실이나 정황이 제시된 것이 없었다. 부검 결과 등 반대 증거는 외면해버리고 주관적 심증만 갖고 상상을 거듭 쌓아올려 만든 픽션이었다. 근거 없는 그 괴담(怪談)이 무고한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았고, 그 장단에 사회 일각이 놀아나면서 시끄러운 소동만 만들어냈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3년 전 '다이빙벨'이라는 영화로도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다이빙벨이란 장비는 조류가 거센 바다에선 아무 쓸모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그런데도 다이빙벨을 투입하지 않아 구조가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음모론을 폈다. 이 사람은 2012년 대선 직전 'MBC가 박근혜 후보를 도우려 김정남 인터뷰를 내보내기로 했다'는 말도 했다.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의 주장은 걸러져야 하는 것이 정상적 사회다. 하지만 허위로 판명 나도 다음번 또 다른 허위를 들고 나타난다. 호응하는 사람들이 있고 인터넷을 타고 이 엉터리 주장이 확산되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낚여 허무맹랑한 거짓말을 퍼뜨리는 데 열중한 정치인들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영화는 '사실'이 아니다. 관객 동원을 위해 그럴듯하게 꾸민 이야기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극영화가 마치 사실인 양 통하고 실제 영향을 미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영화 '판도라'가 탈원전이란 난데없는 소용돌이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