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려놓더니 고용 감소 걱정에 '예산 땜질']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16.4% 인상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 중 3조원을 국민 세금으로 메꿔주는 방안을 9일 발표했다. 종업원 30인 미만 사업체에 대해 1인당 최대 월 13만원까지 1년간 지원한다는 것이다. 해당자가 300만명쯤 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민간 임금을 과도하게 올려 생색내고선 국민보고 메워주라는 것이다. 초유의 일이다.

상식 밖의 세금 지원이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추가 부담이 내년에만 16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30인 미만 사업체의 절반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지원받을 자격조차 없다. 종업원 수를 30인 미만으로 낮추려 작은 업체들이 감원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내년 이후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래도 내후년엔 최저임금을 더 올리겠다고 한다. 대선 공약대로 3년 뒤 최저시급(時給)을 1만원으로 올리면 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액은 3년간 81조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상공인의 27%는 영업이익이 월 100만원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최저임금 폭탄'이 떨어진다.

최저임금은 경제적 약자(弱者)인 중소기업 문제다.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의 98.7%가 300인 이하 중소기업에 고용돼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태풍이 현실로 다가오자 민노총 출신 문성현 노사정위원장도 "중소기업은 시급 7530원도 지급할 능력이 없는데 1만원을 주라는 건 성립 안 되는 말"이라고 뒤늦게 문제점을 인정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지급 능력을 고려 않는 노동정책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이번엔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지만 내년 이후엔 어디에서 돈을 가져올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동안 경총과 소상공인 단체 등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위험성을 숱하게 지적했지만 정부는 '적폐' 취급하며 묵살해 왔다. 그러고는 기어이 중소기업들을 벼랑에 모는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였다. 탈원전과 판박이다.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정치 오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