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그제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을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한 것과 그 사실을 공개한 것이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탁 행정관은 여성 비하 논란 등으로 여권에서도 해임을 요구했지만 끄떡없을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다. 검찰이 그런 탁 행정관을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라는 게 너무 사소했다. 지난 5월 6일 문재인 대선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프리허그' 행사 때 문 후보의 로고송을 틀었던 스피커가 선관위에 미리 신고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정도 사안을 갖고 대통령 측근을 6개월 만에 기소하면서 그걸 일부러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이틀 전인 6일 변창훈 검사의 투신자살 후 정치 보복 적폐 수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그걸 희석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 재판에 회부돼봐야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일도 아니다.

검찰은 변 검사 자살 다음 날인 7일에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체포하며 전 수석 주변 수사에 나섰다. 관련 진술은 이미 1년 전에 검찰이 받아뒀던 사안이라고 한다. 이것도 과연 변 검사 자살과 무관하냐는 의구심이 든다. 변 검사와 국정원에서 함께 일했던 정모 변호사가 지난달 30일 자살한 다음 날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관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 상납' 수사가 시작됐다. 이 역시 정 변호사 자살에 쏠리는 관심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증거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패턴이 되풀이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현재의 적폐 수사는 부처별 적폐청산위원회의 하청을 받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8일까지 검찰이 구속한 사람은 18명, 구속영장이 청구됐거나 영장이 기각된 사람까지 치면 30명에 가깝다. 전직 국정원장 네 명과 전직 국방장관 등이 수사받고 있고 지상파 방송 사장을 지냈던 사람까지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중 비리 혐의는 거의 없고 대부분 정치적 이유들이다. 전(前) 정권, 전전(前前) 정권의 권력 핵심 인물들이 일망타진되다시피 하는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된 상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다. 정치 보복이 줄기는커녕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지독해졌다. 물론 우리 정치의 고질이다. 하지만 권력이 바뀔 때마다 그 충견으로 나서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검찰이 이제 속 보이는 물타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혀를 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