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신경과학 연구소들이 앞다퉈 사람 뇌 조직의 극히 작은 부분을 실험용 쥐에 이식하면서 “언젠가 쥐가 사람처럼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의 의료·보건 전문 뉴스 사이트인 STAT이 보도했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 뇌의 오르가노이드

지금까지 전 세계 신경과학 연구소들의 연구는 인간 뇌의 아주 미세한 부분만을 잘라서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데 그쳤다. 기껏해야 2mm 정도의 녹두알만한 이 실험실 ‘뇌’는 오르가노이드(organoids)라 불리며, 이미 새로운 신경세포(neurons)를 만들고 인간의 뇌에서 생각과 말, 판단 등의 인지 능력을 담당하는 피질(cortex)을 여섯 켭까지 생성해냈다.

그런데 이 ‘오르가노이드’를 실험용 쥐의 뇌에 이식해 쥐의 기존 뇌세포 조직과 상호작용하게 하는 실험이 잇달아 성공해, 언젠가는 ‘인간의 뇌처럼 생각하는 쥐’가 생겨날 수가 있다는 윤리적 문제도 제기된다고 STAT는 보도했다. 당장 이번 주말에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신경과학협회 연례총회에서 두 건의 이 같은 실험 결과가 보고될 예정이다.

러스티 게이지 교수

우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살크(Salk) 인스티튜트의 프레드 게이지 교수가 이끄는 팀은 오르가노이드를 실험용 쥐의 뇌에 이식한 결과, 이 쥐가 오르가노이드를 통해 빛의 신호에 반응하고, 이 반응이 쥐의 기존 뇌조직으로 번지는 것을 확인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게이지 교수는 오르가노이드가 포착한 빛의 신호를 축삭돌기를 통해 쥐의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팀인 아이자크 첸이 이끄는 펜실베이니아대 신경외과팀도 2mm 크기의 오르가노이드를 11마리의 다 자란 쥐의 시각 피질에 연결해 2개월간 축삭돌기가 1.5mm까지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축삭돌기는 쥐의 좌·우뇌를 잇는 ‘뇌들보’를 통해 빛의 자극을 쥐의 뇌 전체로 전달했다.

이처럼 사람의 아주 작은 뇌 조직인 ‘오르가노이드’가 쥐의 뇌와 기능적으로 융합하는 것이 성공하면서, 윤리적 문제도 계속 제기된다. 뉴욕의 생명과학 윤리기관인 헤스팅센터의 조세핀 존슨은 "사람의 뇌 조직을 이식받은 쥐가 어떻게 변형될지 모른다"면서 "과학자들의 실험을 어느 정도까지 윤리적으로 허용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물론 쥐의 뇌 크기는 기껏해야 사람 뇌의 1000분의1에 불과하다. 행크 그레이리 스탠퍼드대 생명윤리학 교수는 "당장 실험용 쥐가 ‘안녕’ 인사하지는 않겠지만, 연구소마다 한 번에 3,4개씩의 오르가노이드를 쥐의 뇌에 경쟁적으로 이식해 어느 시점에 가면 우리가 ‘존중’해야 마땅한 생명체가 생겨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과학자들은 오르가노이드를 쥐에 주입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 자폐증과 같은 뇌질환 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뇌에서 발생한 질병들은 증상은 같아도 환자마다 원인이 다양한데, 오르가노이드를 이용하면 개별 환자에게 각각 맞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이 같은 ‘오르가노이드’의 쥐 뇌 이식 실험이 ‘인간 같은 쥐’ ‘인간처럼 생각하는 쥐’ 새로운 종(種)의 출현을 예고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