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7일 청와대 기자회견 참석해도 된다는 이메일 받았나요?"

중국·일본 등에서 따라온 기자들이 며칠 전부터 계속 물었다. 이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순방 취재단의 유일한 한국 기자였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이메일은 기자회견 전날인 6일까지도 오지 않았다.

8일 국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설을 취재하는 외신 기자들의 모습.

7일 오전10시17분, 미 국무부에서 기자들에게 이메일이 왔다. 기자회견이 있기 7시간 전이었다. 국무부는 기자에게 "자리가 모자란다"며 "(이메일을 받은 기자는) 이번에 참석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 기자가 오더니 "난 거절 당했다"고 했다. 일본 기자도 "나도 거절 당했다"고 했다. 수소문하던 중국 기자는 "중국에선 단 1명만 초청된 걸로 안다"고 했다. 일본 기자는 "일본에선 누가 초대받았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정상회담 취재는 기본적으로 공동취재단(풀)이 구성돼 소수의 기자들로 움직인다. 그렇지만 여러 행사 중 하루에 1~2번, 특히 정상회담 기자회견의 경우엔 웬만하면 참석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 6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공동 기자회견 참석엔 거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엔 외신기자 46명이 초청 대상이었고, 이중 취재기자는 30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번 순방을 따라온 기자들이 100명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가 못들어 간 것이다. 물론 누구를 들여보낼까는 미국에서 결정한다. 당연히 미국 매체들에 우선 순위가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 기자들이 함께 했다. 대부분 질문권이 있든 없든 현장에 가고 싶어 한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출장비는 1인당 우리 돈으로 수천만 원씩이다. 한 중국의 카메라 기자는 "한국에선 영상을 제대로 못찍었다"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물론 이는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역대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같다. 또 행사 공개 여부는 백악관과 함께 논의해야하는 사안인 만큼, 우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을 따라온 외신 기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나라에선 외교·안보 분야 베테랑들이다. 어쩌면 한·미 정상회담만큼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전세계에 홍보하기 좋은 기회도 없을 것이다. 청와대가 조금만 더 신경썼으면 훨씬 더 좋을 결과를 낳았을 것같아 아쉽다.

또 외신 기자들은 냉정하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코리아 패싱 논란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한 통신사 기자는 "그럼 트럼프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우회한다'고 말하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