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화려→소박'

일본 정부가 5일 준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일정은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도쿄 고쿄(皇居·일왕이 사는 곳)에서 일왕 부부와 만났다. 백악관 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아키히토 일왕의 만남은 촬영은 가능하되 음성녹음은 안됐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과 인사하며 일왕의 팔을 가볍게 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일왕과 인사하며 나오면서 친근함이 표시로 어깨를 툭툭 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시 볼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 풀기자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이 부분을 자세히 기록했다. 그러면서도 "일왕은 정말로 즐거워하는 것같았다"는 해석을 달았다. 손님 맞이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 아카사카에 있는 영빈관.

그 뒤 트럼프 대통령은 아카사카 영빈관으로 향했다. 1909년 서양식 네오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된 궁(宮)으로 현재는 일본 정부의 공식 영빈관이다. 그러나 메이지 일왕은 "너무 사치스럽다"며 이곳에 머물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영빈관 내 취재진들의 모습.


"우와 이게 뭐야!" 영빈관 기자회견장에 들어간 백악관 기자들이 눈이 휘둥그레져 좌우를 살폈다. 일왕이 "사치스럽다"고 한 이유를 알 것같았다. 영빈관의 화려함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과도 비교할 정도였다. 기자들이 일제히 핸드폰을 꺼내 인증샷을 남기기 시작했다.

일렬로 늘어선 거대한 샹들리에는 은은한 불빛으로 내부를 비췄고, 금박으로 두른 벽면은 화려한 벽화들로 장식돼 있었다. 3m는 돼 보이는 거대한 문을 턱시도를 차려입은 '집사' 2명이 기다렸다가 문을 열어줬다. 이 영빈관은 메이지시대 건축물로는 처음으로 일본에서 국보로 지정됐다고 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영빈관 뒷편에서 이번엔 연못의 잉어에 밥을 줬다. 숟가락으로 떠서 주다가 확 부어버리기도 했다. 일본의 소박한 정원문화를 체험하도록 한 것이다. 그가 확부어 버린 것은 아베 신조 총리를 따라한 것이었지만, 이 장면은 사진에 찍혀 이날 전세계에 히트한 사진이 됐다. 영국의 가디언 등은 "트럼프가 인내심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아베 총리를 향해 "나와 친해지려고 정말 열심"이라며 "이런 공격적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서로를 '도널드'와 '신조'라고 이름을 불렀다.

정말 '각본'에 짜여진 인공적인 손님 맞이였지만, 이를 알고서도 감동할 수밖에 없는 접대로 보였다. 일왕부터 총리까지 속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기자들의 눈에도 "정말로 환영하는 것같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한국의 국빈방문에서 트럼프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