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청문회 준비 사무실을 나서면서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그의 아내, 딸이 지난 4년간 30억원어치가 넘는 부동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증여에 활용된 ‘쪼개기 증여’ 방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홍 후보자의 ‘2012~2016년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보면 그의 아내와 딸은 2015년 서울 중구 충무로5가에 있는 4층짜리 상가 건물 지분을 4분의 1씩 증여받았다. 나머지 지분은 홍 후보자의 처남이 가져갔다. 지분 4분의 1의 가치는 공시지가 기준 8억6500만원 상당으로 신고됐다. 실제 가치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홍 후보자의 장모는 딸에게만 건물 지분 절반을 줄 수도 있었을텐데, 왜 당시 중학생이던 어린 손녀에게도 지분을 떼줬을까?

상속·증여 전문 세무사들은 홍 후보자 일가의 증여 과정에 나타난 ‘지분 쪼개기’는 부자들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흔히 쓰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증여세율이 매겨지는 과세표준 금액을 특정구간 밑으로 낮추기만 해도 수억원대 세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증여세율은 수증자(받는 사람)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증여액이 1억원 이하일 때 10%, 1억원 초과~5억원 20%, 5억원 초과~10억원 30%, 10억원 초과~30억원 40%, 30억원 초과 시 50%로 단계적으로 할증 부과된다. 과표 1억원 초과~5억원 이하 구간부터 누진 공제가 1000만원~최대 4억6000만원까지 이뤄진다.

홍 후보자 부인이 모친으로부터 충무로 빌딩 지분 절반을 받았다면 증여액 과표가 17억원이 넘어 단순 계산해도 세율 40%를 적용받게 된다. 이에 비해 부인과 딸이 지분을 반으로 쪼개면, 각각 세율 30%를 적용받는 과표 10억원 이하로 증여액이 줄어든다. 여러 공제 등을 감안해도 증여 과정에서 이들은 1억원 넘는 세금을 아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장모가 딸과 아들 중 한 명에게만 이 상가를 넘겨줬다면 이 건물 가치는 34억원으로 세율 최고 구간인 ‘30억원 초과’에 속해 건물 가치의 절반인 17억원을 내야 했다(누진 공제 제외).

홍 후보자는 앞서 2013년엔 장모에게서 압구정동 한양아파트(128㎡) 한 채를 아내와 공동명의로 증여받기도 했다. 장모로서는 딸에게만 증여해주고 싶었더라도 세금을 아끼려면 사위와 딸에게 지분을 절반씩 나눠줌으로써 역시 세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 후보자 장모의 경우처럼 할머니·할아버지가 자녀 대신 손주에게 바로 증여하는 ‘세대생략 증여’는 일본 등에서 먼저 붐이 일어 우리나라 부자들도 최근 많이 관심을 갖는 증여 방법이다. 한 세대 증여를 생략하게 되면 ‘세대생략 할증’이 붙지만(증여세의 30%), 이를 감안하더라도 증여액이 크다면 증여세와 취·등록세까지 합친 총 세금이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두 번 내야 할 세금을 약간의 할증액만 미리 내고 한 번만 내면 되는 셈이다.

금융회사 소속 상속·증여 전문 세무사 A씨는 “이런 ‘쪼개기 증여’, 세대생략 증여는 요즘 자산가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져있는 절세 방법”이라며 “홍 후보자가 증여세를 정상적으로 냈다고 주장하는 만큼, ‘국민 정서법’상 배 아픈 절세일지언정, ‘탈세’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논란이 일자 27일 “쪼개기 증여는 편법이 아니다. 도덕성을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홍 후보자가 그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과다한 상속·증여 등 부의 세습이 서민의 의욕을 꺾는다”며 ‘부의 세습’을 공개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라는 지적은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홍 후보자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비춰 과도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청문회장에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