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방문진 이사 선임 강행]

방송통신위원회가 26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2명에 민주당 추천 인사를 선임키로 의결했다. 구여권 추천 이사들이 갖은 압박을 못 견디고 사퇴하자 그 빈자리를 메꾼 것이다. 이제 정권 측이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했으니 곧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끌어내리고 MBC 사장을 갈아치우려 할 것이다. 지난달 공개된 민주당 전문위원실 문건 내용이 그대로 현실로 옮겨지고 있다.

이 과정을 보면 이보다 더 폭력적일 수 있나 싶다. 민주당 문건에는 '정치권이 나서면 언론 탄압이란 역공 우려가 있으니 방송사 구성원, 시민단체, 학계 중심의 사장 퇴진운동 전개가 필요하다'고 돼 있다. 실제 노조원들은 이사들 일터는 물론 심지어 다니는 교회, 자택 주변에서 시위를 벌여 그 가족까지 고통을 호소하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지난달 1명에 이어 지난주 또 1명의 이사가 자진 사퇴해 목표치가 달성되자 방통위는 곧바로 후속 절차에 돌입했다. 게다가 표결은 방통위원 5명 중 야당 측 2명이 거부·기권한 가운데 진행됐다.

KBS 상황도 다르지 않다. 노조원들이 직장이 있는 이사 3명을 집중 공격해 그 가운데 1명이 스스로 그만뒀다. 1명만 더 사퇴하면 KBS도 MBC처럼 이사회를 통해 '합법적으로' 사장을 내쫓을 수 있다. 검찰, 국정원까지 동원되고 있다. MBC 사장은 '부당노동행위'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위가 'KBS 사장에게 200만원을 주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자료가 나왔다고 하자 검찰이 수사하겠다고 한다.

KBS, MBC를 장악해 대체 무엇을 하려고 이 난리를 피우나. 방송을 정권 나팔수로 만들던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건가. 지난 정권에서 이 방송사들에선 끊임없는 갈등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것을 보상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장도 교체되는데 그걸 기다리지 못하고 한풀이 보복을 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교훈을 얻은 게 뭔가. 정말 지긋지긋한 보복 쳇바퀴 돌리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