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2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상범 현대차 주임이 "(강성 노조 운동으로) 경쟁력을 깎아 먹고 회사 발전과 성장을 더디게 한 것을 반성하고 참회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7년 현대차 노조 설립을 주도한 1세대 노동운동가다. 본지 인터뷰에서 그는 "노조가 업무 강도를 낮추려고 물량 조절이나 인력 재배치를 사측 맘대로 못 하게 해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었다"며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우리(노조)끼리의 잔치는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2년 전 러시아 현대차 공장에 견학 갔을 때 효율성이 국내 공장을 웃도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했다. 신차를 개발해 설비까지 다 지어놓고도 노조가 동의해 주지 않아 제때 생산하지 못하는 국내 공장의 현실과 비교되더라는 것이다. 그는 "노조가 계속 경제(임금) 투쟁에 머물러 있으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다"며 "분배할 이익의 크기를 키우는 데 (사측과)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차 노조는 1억원에 육박하는 평균 연봉에다 온갖 복리후생 혜택을 누리지만 불과 두 달 전에도 임금을 더 올릴 것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 수천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생산라인이 멈춰 설 때마다 일감이 떨어진 협력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떤다. 강성 노조에 시달리는 현대차는 21년째 국내엔 단 한 개의 공장도 늘리지 않고 해외에만 짓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수십만 개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 구직자와 협력업체들에 돌아간다. 현대차 노조원들이 고연봉의 철밥통을 누리는 동안 노동 약자인 청년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일자리난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 노조가 주도하는 양대 노총은 강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매년 노동자 평균 이상의 임금 인상분을 가져가고 있다 그 결과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이 중소기업·비정규직의 2~3배에 달하고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 노동자의 몫을 줄여야 청년 일자리가 생기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몫도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말로는 비정규직과 노동 약자를 위한다고 하고 속으론 기득권을 조금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위선이 없다.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지낸 원조 노동운동가조차 대기업 노조가 기득권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데 노동 개혁을 이끌어야 할 정부는 '개혁'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이들에게 영합만 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고 진보 정치권이 이를 옹호·이용하는 구조는 지금 한국 경제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