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이사장 "문재인 케어, 재원 조달 방안 불충분"]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 발표]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그제 국정감사에서 "정부 계획대로 가면 건강보험 재정(財政) 유지가 힘들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8월 MRI, 초음파, 특진비, 간병 서비스 등에도 건보를 적용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2022년까지 30조원 추가로 드는 사업이다. 기존 건보 적립금 21조원 중 절반(10조원)을 쓰고, 건보료를 매년 3.2% 올리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었다. 성 이사장은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건보 재정이 예상보다 빨리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MRI, 초음파를 찍을 때 내는 돈이 줄어들면 더 많은 사람이 MRI, 초음파를 찍으려 들 것은 뻔한 일이다.

더 심각한 상황은 다음 정부 때 닥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 계획대로 시행하면 이번 정부 5년간은 30조원이 들지만, 다음 정부에선 52조원이 든다. 다음 정부가 누구가 되든 폭탄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점점 더 늘게 마련이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내년에 건보에 지원하는 국민 세금이 7조원인데, 다음 정부에선 한 해 3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정부는 어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853개 공공기관의 20만5000명을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 7만4000명이 해당된다. 정부는 일률적인 호봉제보다는 현 임금 체계를 적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그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정규직이 되면 임금 오르고 복지는 늘고 정년이 보장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정책에 돈이 얼마나 드는지 밝히질 않는다. 개별 기관마다 사정이 달라 추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수조원 국민 세금이 여기에 더 들어갈 것이라는 추산이 있다.

한번 늘려놓은 복지는 다시 회수하기 불가능하다. 다음 정부에서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새 정부는 임기 5년간의 계획만 얘기할 뿐 이후 대책은 말하지 않는다. 공무원 증원, 기초연금 인상도 이런 식이었다. 모아놓은 돈 펑펑 쓰며 인기 끄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책임 있는 정부는 국민의 부담 추이와 다음 정부, 다다음 정부에 닥칠 일을 생각하며 정책을 세운다. 지금 정부는 그런 책임감은 아예 없다.

'책임감 없는 복지'의 특징이 과속(過速)이다. 공(功)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고, 눈앞의 선거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복지 혜택을 받는 쪽까지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복지 망국에 이른 세계 모든 나라가 이 길을 걸었다. 이대로 가면 한국이 그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