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3일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주간 일정을 홈페이지에 사후 공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공개된 문 대통령의 지난 일정들로 시간, 장소, 일정 명칭들이 소개됐다.

청와대가 23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비공개 공무(公務) 일정'을 사후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계기로, 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면 어느 시각에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24시간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뜯어보니 상당 부분 이미 공개된 일정을 일주일 지나 한꺼번에 묶어 발표하는 것에 그치는 데다, 비공개 업무 일정도 어떤 안건으로 누구와 얼마나 만났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게 돼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이날 오전 10시을 기해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의 문 대통령의 공식·비공식 업무 일정 등을 합쳐 공개했다. 청와대 내 장소와 분 단위 시각이 표기되고, 청와대 비서실·안보실이나 내각이라는 보고 주체와 '업무 현안보고'라는 간단한 내용 설명이 들어 있다. 앞으론 매주 월요일에 지난 한 주 일정을 몰아서 띄우기로 했다. 청와대는 "일주일 지나 사후 공개하는 것은 경호상 이유"라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일정인 10월 20일 금요일의 경우, 대중에 공개된 '오전 11시 경찰의날 기념식' 참석과 '17시30분 전국체전 개회식' 참석 이외에 추가로 공개된 문 대통령의 비공식 일정은 이렇다. '09:16 여민관 집무실-비서실 현안보고' '09:40 여민관 집무실-비서실 업무현안보고' '15:50 여민관 집무실-안보실 현안보고' 등 세 개다.

또 10월 첫 3주간 일정을 보면 대체로 오전 9시 15분을 전후해 첫 비서실 일일현안보고를 받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 공식 일정을 전후한 시간을 제외하면 참모진으로부터 각종 현안 보고를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2~4차례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일정 공개는 그리 구체적이진 않다. 비서실 소속 어느 수석실 혹은 내각의 어느 부처가 보고를 했는지, 안보실은 무슨 안건으로 몇 분 동안이나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는지 등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대통령이 보고를 받는 비공개 일정은 '비서실'과 '안보실'의 큰 틀로만 나눠서 공개하기로 했다"면서 "'내각 보고' 경우에도 어느 부처인지 구체적으로 명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너무 세부적으로 (누가 무슨 일로 보고했는지)공개했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꼭 국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밖에 청와대가 '공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통령의 사적 일정이나 동선(動線)도 일체 공개하지 않는다. 당초 '대통령의 24시간 일거수 일투족을 상세히 알린다'는 공약에선 크게 후퇴한 셈이다.

이달 초 추석 연휴 중에도 2일과 6일 공개된 명절 관련 일정 외엔 대통령이 3~5일 사흘간 어디에 있었는지, 친지를 제외하고 누구를 만났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연휴 막바지인 8일과 9일에 청와대 집무실에서 비서실과 내각으로부터 각각 현안보고를 받았다는 사실만 알 수 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이 몇 시에 퇴근했는지, 누구와 저녁 식사를 했는지도 알 수 없다. 청와대는 "비공개 오찬이나 만찬의 경우에도 '공무'면 공개한다"고 설명했지만, 식사 자리가 공무인지 사적인 자리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공무 성격이 짙어도 청와대가 '비공개' 처리 하면 그만이다. 사적인 자리라도 대통령이 어떤 사람들을 따로 만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국정 방향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국민께 알리는 계기가 되고, 대통령의 동선도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발점이라는 의미에서 봐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