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 설계사, 화물차 기사 등 이른바 ‘특수고용직’ 근로자들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특수고용직 근로자는 약 230만명으로 추산된다. 재계는 비정규직 정규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까지 허용되면서 대형 노동 리스크를 또 하나 안게 됐다.

1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법률을 제·개정하라는 권고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특수형태고용근로(특고) 종사자는 형식상 개인 사업자이지만 사업주에게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임금 근로자 성격도 갖는다.

정부는 이제까지 특고 종사자를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인 ‘근로자’로 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업주의 일방적 계약 변경·해지나 보수 미지급, 계약에 없는 노무 제공 강요 등 불이익을 당해도 대응하기 쉽지 않았다. 노조를 결성하려 해도 사업주가 계약 해지로 대응하거나, 행정 관청이 노조 설립 신고서를 반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고 종사자 대부분은 산재·고용 보험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실업수당이나 산재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었던 게 현실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을 내걸어 상황이 달라졌다.

2012년 10월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서울 여의도 캠프사무실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 간담회를 갖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선 공약으로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내걸었다.

인권위는 올 5월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개정하거나 별도 법률을 제정해 이들 특수고용직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라고 고용부에 권고했다. 이에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1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최근 노조설립 신고를 낸 택배연대노조에 대해 “설립 허가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한 데 이어, 고용부가 이날 공식적으로 법률 제·개정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이다.

특고 종사자의 노동 3권이 보장되면 앞으로 택배 기사, 보험 설계사, 화물차 기사 등은 노조를 설립한 뒤 임금·단체 협상 결렬을 이유로 집단 파업을 벌일 수도 있게 된다.

재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특고 노동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면 기업의 인건비 추가부담 등 때문에 해당 산업 경영이 악화되고,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인 산업의 영세 업체들의 이를 감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관계자는 “전국에 특수고용직 근로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라면서 “직종간, 직종내 고용실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노사간 또는 전문가와의 논의를 통해 특수고용노동자의 정의와 범위부터 정하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노동기본권 보호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달라는 권익위의 권고를 받아들인 것 뿐”이라며 “당장 모든 택배 기사, 화물차 운전사 등이 노동3권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