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2박3일 합숙 토론이 13일 시작됐다. 시민참여단은 15일 찬반 투표를 하고, 공론화위는 그것을 분석해 20일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한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문제와 관계없이 원전 수출은 지원하겠다고 해왔다. 그러나 신규 원전 4기를 짓기로 하고 건설 업체를 물색 중인 체코의 원전 특사(特使)가 방한했는데 우리 주무 부처인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들을 만나지도 않았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프로젝트 최고 책임자 면담엔 4급 서기관을 보냈고, 오는 30일 아부다비의 세계 원자력 장관회의에는 1급 실장이 파견된다. 14일부터 경주에서 34개국 122개 원전 업체 관계자들이 모이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 총회 행사장에는 현수막 한 장 붙어 있지 않다고 한다. 한국을 찾은 미국 환경 단체 대표 마이클 셸렌버거는 "케냐가 한국에 원전을 발주하려다 러시아로 돌아섰고, 영국은 한국을 염두에 뒀다가 재고하고 있다는 얘기를 양국 관계자에게 들었다"고 했다. 제 발등을 찍는다는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행사에서 "원전 안전 확보를 나라 존망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원전이 위험하다며 제시한 근거는 대부분 사실과 다른 것이었다. 더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가동 원전 24기와 건설 중인 3기를 합쳐 27기는 수명이 최종 종료되는 2079년까지 계속 가동시키겠다고 한다.

원전 업체들은 다품종 소량 주문 생산을 하는 중소기업 위주다. 신규 건설이 중단되면 다수가 문을 닫거나 업종을 전환할 것이다. 원전 산업 생태계가 붕괴해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다. 중국 부품을 써야 할 날도 닥칠 것이다. 기술자는 업종을 바꾸거나 외국으로 떠날 것이다. 중국 원전 업체로부터 연봉 세 배의 이직(移職) 제안을 받았다는 증언이 이미 나왔다. 서울대 공대 학생들은 10일 "공학도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원자력공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부하고 연구할 의욕이 떨어진다"는 성명을 냈다. 학생들의 이런 성명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올해 박사과정 후기 모집에선 5명 정원인데 1명만 지원했다. 원자력학과를 지원하는 고교생도 크게 줄거나 실력이 저하될 것이다.

부품 업체가 문을 닫고, 기술자는 떠나고, 학문 후속 세대 맥(脈)은 끊어지는데 앞으로 60년은 누가 원전 안전을 책임진다는 말인가. 앞으로 원전 부품 문제와 관리 잘못으로 비상사태가 나도 능력이 떨어진 종사자들은 우왕좌왕할지 모른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출발부터 근거 없는 것이고 도리어 원전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