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90세' 김남조 시인은 어떤 인물?]

올해 만 90세를 맞은 김남조〈사진〉 시인이 최근 새 시집 '충만한 사랑'(열화당)을 냈다. 1950년 등단 이후 열여덟 번째 신작 시집이다. 김 시인은 시집 서문을 통해 '사람은 저마다 한 권의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라며 '우리는 서로 이 책을 읽어줌으로써 자기 안에 잠자던 진실을 깨워내고 인간 성숙의 몇 걸음을 더 나아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고 바랐다.

가톨릭 신자인 김 시인은 '말없이,/ 그러나 모든 소리와 울림이/ 그의 할 말인/ 저 사람/ 그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김 시인의 새 시집은 '시인의 의식 속에 깃들어 말없이 걷는 사람이 주님에게서 그의 반쪽을 찾아 구원받기를 갈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셈이다.

시집 제목을 '충만한 사랑'으로 단 까닭은 시 '나그네'에서 읽을 수 있다. '내가 불 피웠고/ 나그네 한 사람이 와서/ 삭풍의 추위를 벗고/ 옆에 앉으니/ 내 마음 충만하고/ 영광스럽기까지 하다/ 이대로 한평생인들/ 좋을 일이었다'라는 것.

시인은 오랜 세월을 산 눈으로 가을 낙엽을 노래하기도 했다. 이 시의 첫 연은 '단 한 번/ 결연한 추락으로/ 땅 위에 뛰어내리는 낙엽들/ 그랬었구나/ 그랬었구나/ 처음으로 눈 뜬 사람처럼/ 오래 바라본다'로 꾸며졌다. 두 번째 연은 '날이 저문다'는 한 행뿐이다. 시인은 "나는 만년의 으스름 저문 날을 살면서도, 보고 느끼고 깨닫고 감동하는 바에서는 변함이 없습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