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 전역 장난감 매장에서 '양배추밭 폭동'이라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1년 전 출시돼 250만개가 판매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양배추 인형'을 아이들 선물로 사려는 부모들이 뒤엉켜 북새통이 일고, 일부에서는 폭력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시 양배추 인형은 연간 매출이 6000억원을 넘었다.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다.

▶장난감은 고대 이집트나 로마 유적에서도 발견된다. 소꿉장난 도구나 목마, 인형 등이다. 최초의 장난감은 신석기 시대에 등장했고, 진흙을 뭉친 공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이들은 장난감이 최고 재산이다. 그리고 유년의 기억을 묻어놓은 보물 상자다.

▶근래 들어서는 장난감이 아이들만의 것도 아니다. '키덜트(kidult·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나 '레테크(레고+재테크)'라는 신조어도 만들어 냈다. 세계 1위 완구업체인 덴마크의 '레고(LEGO)' 제품 가운데 일부는 투자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07년 미국에서 499달러에 출시됐던 대형 우주선(스타워즈 밀레니엄 팰컨)은 2009년 단종된 뒤 가격이 폭등해 5000달러 이상에도 거래된다. 올 초 영국의 한 일간지는 2000~2015년 투자 수익률이 연평균 12%에 달해 금(9.6%)보다 높았다고 보도했다.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의 초대형 장난감 가게 '토이저러스' 본점은 관광 코스에 포함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자랑거리인 6m에 달하는 초대형 티라노사우루스 공룡 모형은 어른이 봐도 볼만했다. 장난감 천국이라고 했던 곳인데, 적자가 쌓여 2년 전에 문을 닫았다. 토이저러스는 지난달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처지가 됐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장난감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레고도 전 세계 임직원 1만7000명의 8%에 이르는 14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한국 완구업계도 비슷한 처지다. 국내 완구업계 1위였던 손오공은 지난해 글로벌 완구업체 마텔 손에 넘어갔다.

▶미국 언론들은 "토이저러스가 스마트폰에 살해당했다"고 보도했다. 레고 위기에 대해서는 "아이들은 이제 비디오 게임과 유튜브에 더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저출산으로 아이들이 줄고, 완구업계에 밀어닥친 중국산 '짝퉁' 상품의 저가 공세도 한몫했지만, 아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에 눈길을 돌린 것이 장난감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언제든 손에 쥘 수 있는 장난감이 생겼기 때문에 아이들이 생일이나 명절 장난감 선물을 기다리는 설렘도 사라져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