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탄환을 어느 병사가 쐈는지 알고 싶지 않다. 그 병사가 밝혀지더라도 나에게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

인근 사격장에서 날아든 유탄에 허무하게 아들을 잃은 이모(50)씨는 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누가 탄환을 쐈는지 알면 원망할 것 같고, 그 병사가 큰 자책감과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군은 철원 육군 6사단 이모(21) 상병이 도비탄이 아닌 유탄에 맞아 숨졌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씨는 "내 아들 같은 억울한 사고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사고 당일 사격 훈련 병력 84명은 6명씩 14개 조로 나눠 훈련했다. 군 당국은 12조에 소속된 병사 6명이 쏜 탄 중 한 발이 이 상병을 맞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그 병사도 나처럼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떤 부모의 자식일 것 아니냐"며 "부모 된 마음으로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상병의 아버지는 "빗나간 탄환에 숨졌다"는 군 당국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였다. 그는 "군 당국이 이제라도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놔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군 당국이 사건 초기 도비탄에 의한 사망이라고 추정한 것에 대해 "군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했었다. 이씨는 사고 당일 본지와 만나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아들이 왜 죽었는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라고 했었다.

다만 이씨는 "사격장 뒤로 길이 나 있고 사람이 다니는데 사격을 한다는 건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사고 당시 군부대를 찾았을 때 헌병대 수사관이 '군 생활 20년 만에 이런 사고로 사망한 것은 처음 본다'고 하더라"며 "우리 둘째 아들이 고1인데 도저히 군대 보낼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이 상병은 지난 7일부터 6박 7일간 예정된 정기 휴가를 10여일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이씨는 "사고만 안 났어도 올해 추석 연휴를 아들과 함께 보낼 수 있었을 텐데"라며 "추석 전에 7일에 휴가 나온다며 들떠서 전화가 왔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이번 추석 때 우리 가족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둘째가 형이 쉬고 있는 대전 현충원에 겨우 들러 인사했다. 올해 추석은 유난히 길고 힘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