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권위 있는 맨부커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이름이 한 편의 신문 기고로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는 엊그제 뉴욕타임스에 '미국이 전쟁을 얘기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북핵 문제에서 비롯된 작금의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한 생각을 쓴 글이다. 그는 외국 언론이 보는 것처럼 한국인들이 전쟁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점증하는 (미·북 간) 말의 전쟁이 실제 전쟁으로 발전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그가 한반도 위기 상황을 보는 관점이다.

▶한강은 모든 전쟁은 인간을 '인간 이하'의 상태로 만든다고 했다. 그렇다면 핵 도발로 전쟁 위기의 원인을 만든 북한을 먼저 나무랐어야 한다. 그는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를 얘기하고 "걱정 마라. 전쟁은 미국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 말을 인용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트럼프의 좌충우돌에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는 "서울과 도쿄·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의 협박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한강은 문제의 원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트럼프에 더 몸서리를 칠까, 주민을 굶주리게 하며 핵으로 한반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북한 김씨 왕조에 더 몸서리를 치고 있을까.

[소설가 한강은 어떤 인물?]

▶"한국전쟁은 강대국들이 한반도에서 자행한 대리전이었다"는 얘기는 명백하게 사실을 잘못 기술한 것이다. 6·25는 김일성이 모택동·스탈린과 치밀한 사전 모의 끝에 일으킨 적화 침략 전쟁이었다는 것은 수많은 증거로 입증된 사실이다. '대리전' 주장은 북한의 전쟁 책임을 얼버무리고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오해를 낳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글이 필자 개인 의견을 마치 한국인 전체 의견인 것처럼 썼다는 것이다. 누가 그에게 북핵과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해 한국인을 대변할 자격을 주었나. 북핵 문제 해법을 놓고 한국 내에서 날카로운 의견 대립이 있는 현실에서 그의 글은 한국인들의 생각을 미국과 세계에 잘못 전할 우려가 있다. 소설가든 누구든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 그래도 그가 어떤 경위로 이런 글을 쓰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정은이 핵폭탄을 만든 것은 그가 말한 대로 남한을 깔고 앉으려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사람을 고사총으로 박살 내고 화염방사기로 태워 없앤 집단이다. 지금 5000만 국민이 그 집단 발아래 실제 깔리게 될지도 모를 위기다. 이 상황에서 예술의 자유를 지켜야 하는 소설가는 어떤 의견을 밝혀야 할까. 그의 글이 트럼프도 싫지만 김정은은 더 아니라고 했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