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란?]

국회가 12일부터 국정감사에 들어간다. 국감은 정부가 맡고 있는 나라 살림의 잘잘못을 따지는 자리다. 하지만 매년 기업인에 대한 무더기 증인 소환이 되풀이되면서 국정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 대한 감사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공무원들이 아니라 기업인들이 매년 가을마다 국감 준비에 진땀을 뺀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흘러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을 관할하는 정무위원회는 54명의 증인과 참고인을 정했는데, 절반 이상이 기업인이다. GS칼텍스 회장, 네이버 창업주, 카카오 이사회 의장, SK텔레콤 사장, KT 회장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을 관할하는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롯데그룹, SK그룹,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그룹 등의 회장들을 부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올해 국감에서는 증인을 과도하게 채택하는 갑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들은 척도 않는다.

국회는 누구든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 기업인이라고 예외가 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정부 감사라는 본래의 목적을 훼손할 정도라면 도를 넘은 것이다. 17대 국회는 국감 증인으로 연평균 52명의 기업인을 불렀는데, 18대 77명, 19대 124명으로 폭증하는 추세다. 20대 국회의 첫 국감인 지난해에는 150명의 기업인이 국감장에 불려왔다. 17대 국회의 경우 기업인들이 증인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대였지만, 19대 국회는 40%를 넘었다. 이렇게 부른 증인들을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하고는 제대로 묻지도 않고, 답변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 19대 국회 4년간 국감에 출석한 기업인 10명 가운데 8명은 답변 시간이 5분도 채 안 됐다.

이렇게 국정감사에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내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이 권한을 기업에 대한 권력 행사로 여기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금 기업들에선 국감 증인을 피하고자 의원만이 아니라 의원 보좌관들에게까지 줄을 대려고 하고 있다. 여기서 여러 거래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대로 가면 국감은 국정이 아니라 기업감사로 완전히 변질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