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가 3년 금연하면 4인 가족이 유럽으로 여행갈 수 있는 항공기 티켓을 살 가격이 모아지고, 15년 금연하면 자녀의 결혼 예식 비용을 마련할 돈이 절약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흡연 기간별 기회비용 분석' 자료에 따르면 매일 한 갑씩 4500원짜리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1년이면 164만2500원을 쓴다. 만약 담뱃값이 현재 가격으로 유지되고 흡연자가 매일 담배를 한 갑씩 계속 피운다고 가정하면 흡연 햇수만큼 담뱃값 비용도 비례해 더 드는데, 이를 '기회비용'으로 따져 어느 수준인지 비교한 것이다.
분석 자료〈표〉에 따르면 4년 금연하면 1년치 대학 등록금을 아낄 수 있고, 5년이면 1년 아르바이트로 벌 수 있는 금액이 된다. 17년 금연하면 4년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다. '금연의 경제학'으로 따져 20년 금연하면 그랜저(2.4 가솔린 모델)를 살 수 있고, 30년이면 주택 1년 월세 가격이 나온다.
금연은 훌륭한 노후 대비책도 될 수 있다. 50년 금연할 경우 만 65세부터 사망시까지 드는 노후 진료비(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추계)에 맞먹는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우준향 사무총장은 "금연하면 돈이 절약되는 것은 물론 질병에 따른 의료 비용 부담도 줄기 때문에 기초연금·국민연금보다 효과적인 노후 대비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담뱃값만 따지는 게 아니라 담배로 인해 생기는 암·심장병과 같은 질병 진료비와 작업 손실액을 따지면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는 더 커진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주요 건강 위험 요인의 사회경제적 영향과 규제 정책 효과 평가' 자료를 보면 흡연으로 인한 의료비와 조기 사망에 따른 비용, 생산성 손실 비용, 재산 피해 등을 아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총 7조1258억원(2013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담배는 빈익빈 부익부를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담배와 담배 규제의 경제학' 보고서의 대표 감수자였던 프랭크 찰룹카(Chaloupka)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3월 방한해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빈곤층일수록 담뱃값 비중이 커 식료품 등 다른 곳에 쓸 돈이 줄고 결국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면서 "빈곤층은 흡연으로 얻은 질병을 치료하기도 쉽지 않아 흡연이 '건강 불평등'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기준 담배를 사는 데 지출한 돈은 가구당(2인 이상) 월평균 2만2500원으로 전년(2만900원) 대비 7.6% 증가했다.
법무법인 지평 김성수 변호사는 "미국 FDA(식품의약청)의 금연 공익 광고 '진짜 가격(The Real Cost)'을 보면 담뱃값을 묻는 여학생에 판매 점원이 '너의 아름다운 피부를 달라'는 말이 나온다"면서 "담배는 개인의 건강과 경제적 피해는 물론 이웃과 우리 사회 전체에 부담을 지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