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6일(현지 시각) "국제 환경단체들이 아프리카 자연보호를 명목으로 지역 원주민의 인권을 짓밟는 아이러니한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르몽드는 아프리카 원주민 권익보호 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SI)'의 보고서를 인용해 "1990년대 초부터 지난해까지 콩고강 유역 3개국인 카메룬·중앙아프리카·콩고에 사는 원주민으로부터 수집한 증언을 보면, 일부 환경단체가 일삼고 있는 원주민 인권 유린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제가 된 환경단체는 스위스의 국제자연보호기금(WWF)과 미국의 야생동물보전협회(WCS) 등이다. 이 단체들은 1990년대 초 콩고강 유역을 '생물다양성 집중 지역'으로 지정한 뒤, 현지 정부와 외국 투자자의 돈을 받아 작년까지 10여 개의 국립공원을 조성했다.

이 중에는 한 곳의 면적이 최대 10만㎢에 달하는 대규모 공원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에 살던 피그미족과 바야카족, 바카족 등 원주민 수천 명이 쫓겨났다. 공원 부지에서 수백 년간 사냥과 채집 생활을 해오던 원주민들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것이다.

르몽드는 "환경단체들은 원주민이 공원 안으로 다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감시원을 배치했고, 감시원들은 공원에 들어온 원주민을 구타하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카메룬의 엔케이 국립공원에서 살다가 쫓겨난 한 바카족 남성은 "하루는 꿀을 찾으러 (공원) 안으로 들어갔는데, 나를 발견한 그 사람들(감시원)이 내 발목의 아킬레스건을 칼로 도려냈다"고 했다. 중앙아프리카 남부의 한 원주민 여성은 "식량을 찾아 공원으로 들어갔던 남편이 그들에게 구타를 당해 결국 사망했다"고 말했다. 르몽드는 "관리원을 피해 달아나다 유산한 임신부 등 원주민 피해 사례는 광범위하다"고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프레데릭 콰메쿠마 WWF 아프리카 지부장은 27일 르몽드 인터뷰에서 "SI 보고서는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은 일부 인정한다"며 "SI와 현지 당국의 협조를 얻어 원주민을 탄압한 감시원들을 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