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에서 45년 동안 자리를 지켜오던 공씨책방이 쫓겨나게 됐다. 법원이 "건물을 비워 달라"며 건물주가 제기한 부동산 명도 소송에서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5단독(황보승혁 판사)은 21일 장화민 공씨책방 대표(61)에게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새 장소로 이사하기에 40여일이 짧다는 공씨책방의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며 "1층을 건물주에게 인도하고 연체된 임대료 등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어 법원은 "현행법상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며 "공씨책방의 문화적 가치는 특정 장소·건물과 결부돼 있기보다는 책방이 보유하는 서적과 운영자의 해박한 지식, 오랜 시간 누적된 단골들의 인정이다. 장소가 이전돼도 그 본질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시에서도 공씨책방이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며 "현행법으로는 이런 결론밖에 가능하지 않다. 재판장으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3년 미래세대에 남겨주기 위해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인 '서울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공씨책방은 1970년대 서울 동대문구에 처음 문을 열었다. 공씨책방은 수차례의 이사 후 1995년 서울 신촌에 자리를 잡았다. 공씨책방이 보유하고 있는 중고서적만 해도 10만권에 달하고, 단골 중에는 정호승 시인 등 문학 거장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퇴거 명령으로 공씨책방은 자리를 옮기게 됐다.

공씨책방은 지난해 새 건물주가 2.3배 높은 임대료를 요구해 갈등을 빚어왔으며, 임대차 계약이 끝나자 건물주가 1층 공간을 "직접 사용하겠다"며 명도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