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집이나 기와집 같은 전통 주택은 본채, 아래채, 바깥채, 사랑채 등으로 구성돼 2대, 3대, 심지어 4대의 대가족이 한울타리 안에서 예와 질서를 지키고 오순도순 사랑과 정을 나누며 살아왔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사람들이 도시로 몰리면서 끝없이 하늘로 올라가는 아파트라는 주거 문화가 대세가 되었다. 평수가 크든 작든 하나의 공간 구조뿐인 아파트에서 예전처럼 대가족이 살기는 힘들다.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하나,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주택이 늘어나는데도 주택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둘, 젊은이들이 결혼을 꺼리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이유, 그리고 결혼한 부부가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언가. 셋, 평생 자식을 위해 살다가 노년을 맞아 마땅히 자식의 보호를 받아야 할 노부모가 내쫓기는 현실은 무언가. 이 모두가 아파트라는 주거 환경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현재 극소수의 복층 아파트가 있다. 하지만 거의가 고가에 대형이어서 서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중형 아파트를 단순 상하 구조가 아닌 복층 분리 구조로 만들어 2대 이상이 살도록 설계하면 어떨까. 그러면 아파트 한 채가 두 채의 가치를 갖게 되면서 한 지붕 아래서 노부모를 모시고 편히 살 수 있을 것이다. 주방과 화장실은 각각 갖추어 형편대로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따로 살던 노부모와 함께 살게 되니 주택 부족 해소에 효과가 있으며, 노부모가 아이를 돌봐주므로 맞벌이 부부가 안심하고 직장에 다닐 수 있어 출산과 양육 걱정이 줄며, 할아버지·할머니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가족의 중요성을 알고 착한 심성을 갖게 될 것이니 행복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일단 소량이라도 이런 형태의 아파트를 짓도록 공동주택특별법을 제정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