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셰프이자 유명 TV프로그램 진행자인 고든 램지(51·영국)가 ‘카스’ 맥주를 광고하는 일이 그렇게 이례적인 일일까. 고든 램지는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 ‘미슐랭 가이드’에서 16개 별점을 획득한 인물. TV프로그램 ‘헬스키친’과 ‘마스터 셰프’에서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와 가차 없는 심사평으로 인기를 끌어 한국에서도 그는 이미 유명인사다.

오비맥주

그런 고든 램지가 카스 맥주 광고에서 이렇게 감탄했다. “끝내주게 맛있어!” “(이 세 가지 음식이) FRESH한 이 맥주와 잘 어울려” “훌륭한 맥주야” “죽이게 FRESH하네!” 고든 램지가 한국맥주를 먹고 감탄한 것에 대해 네티즌들은 ‘의아하다’며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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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반응은 크게 세 가지다. ①‘이게 실화냐’며 카스 측의 ‘합성’ 의혹을 제기하는 부류 ②‘고든 램지가 자본의 단 맛을 보고 있다’며 크게 실망하는 부류 ③맥덕 관점으로 고든 램지가 카스를 칭찬한 이유 심층 분석하는 부류.

트위터 캡쳐

우리는 이런 네티즌들의 반응에서 두 가지 대전제를 유추할 수 있다. 먼저 '국산 맥주는 맛없다'는 인식이다. 2012년 이코노미스트의 한국 특파원 다니엘 튜터가 자신의 기사 에서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혹평할 때 실제로 많은 맥주 애호가들이 공감했다. 이들에 따르면 국산 맥주는 싱겁고 밍밍하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들 역시 고든 램지가 마신 맥주에 소주를 섞었다면 인정하겠다는 추세다.

두 번째로 '고든 램지의 까다로운 입맛에 대한 신뢰'를 들 수 있다. 2005년부터 요리 프로그램에서 심사를 맡은 고든 램지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창의적이면서도 허를 찌르는 독설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이 치킨은 너무 안 익어서 실력 있는 수의사가 살릴 수도 있겠다', '기름을 너무 많이 넣어서 미국이 이 망할 접시를 침공하고 싶어 하겠다' 등이 있다. 지난 3월, 고든 램지가 트위터 계정을 만든 후부터는 사진만으로 트위터 사용자들의 요리도 평가하고 있는 중. 평소 오감을 이용해 깐깐하게 맛을 평가했던 그였기에 네티즌들은 고든 램지의 국산 맥주 호평이 믿기 힘든 눈치다.

고든 램지 독설사례1. "기름을 너무 많이 쳐서 미국이 이 망할 접시에 침공하려들겠다!"


일부 네티즌들은 2008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 지의 글에서 일말의 이유를 찾은 듯하다. 해당 글은 평소 버드와이저와 벡스만 마시던 고든 램지에게 맥주의 다양한 맛을 알려주려고 20여개 맥주를 맛보였지만 실패했다는 게 골자다. 이 글에 따르면 "고든 램지는 스스로 인정한 맥주에 심드렁한 사람(a self-confessed beer cynic)이고, 유일하게 마시는 맥주는 벡스와 버드와이저뿐(only drinks Becks and Budweiser)"이라고 알려져있다. '고든 램지가 원래 버드와이저를 좋아했다'는 소식에 일부 네티즌들은 현 상황을 이해하는 분위기. 고든 램지가 음식은 잘 알아도 '맥알못'(맥주 맛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맥주는 발효법에 따라 라거(Lager), 에일(Ale), 람빅(Lambic)으로 나뉘는데 시장은 크게 라거와 에일로 양분되어있다. 라거는 맥주 발효 시, 효모가 밑으로 가라앉아 하면발효 맥주라고 부르며 저온에서 장기 숙성한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맥주로 투명한 황금빛을 띠며 목 넘김이 가벼운 것이 특징.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선 '밍밍한 음료수' 같다는 평이 많다. 에일은 발효 효모가 표면 위로 떠올라 상면발효 맥주라고 부르며 15~24도 사이의 상온에서 발효시킨다. 라거에 비해 묵직하고 깊은 풍미가 있는 편이다.

요점은 미국산 버드와이저와 독일산 벡스 모두 '라거' 계열 맥주로 그가 출연한 국산 맥주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 따라서 고든 램지가 맥주의 풍미를 음미하기보단 요리의 맛을 해치치 않는 선에서 음료수처럼 맥주를 즐기는 것 같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네티즌들은 '맛없는 국산 맥주'와 '고든 램지의 까다로운 입맛'이라는 두 대전제에서 후자를 '고든 램지는 맥주를 제외한 음식에 까다로운 편'으로 수정하면서 이 상황을 이해하는 중이다. 안타깝게도 '카스가 정말 맛이 있어서'라는 추측은 별로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