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서 조국을 지킨 할아버지, 체중을 늘리고 시력 교정을 하며 현역 복무를 택한 손자….

3대에 걸쳐 15명이 991개월(82년 7개월)간 현역으로 복무한 이기옥(72·경남 양산·사진 가운데)씨 가문이 6일 병무청이 선정하는 올해의 '병역 명문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1대인 이억조(작고)씨는 6·25가 발발하자 아내와 두 어린 자식을 남겨둔 채 참전했다. 지리산 공비 토벌 작전에서 인민군의 기습 공격을 받아 소대원들이 모두 전사하고 이씨와 1명만 살아남는 등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고 한다. 3대인 이진현씨는 저체중으로 군 복무가 곤란했으나 체중을 늘려 입대했고, 역시 3대인 이주용씨는 시력을 교정해 학사장교에 지원했다.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조욱래(62)씨 가문은 '국가에 충성하는 사람이 가정에도 효자'라는 1대 조정제(작고)씨 가르침에 따라 3대 12명이 총 384개월을 복무했다. 역시 3대에 걸쳐 11명이 314개월간 복무한 류덕재(88)씨 가문도 국무총리 표창을 받게 됐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스토리 가문상'을 받은 최재선씨 가문은 3대가 병역 의무를 치른 기간이 110년이고 무술은 도합 51단이다. 1대 최재선(작고)씨는 6·25전쟁에 참전했고, 세 아들은 모두 장교의 길을 걸었다. 2대 장남인 최호현씨는 공군본부 의장대에서 준위로 38년간 복무했고, 둘째 최중현씨는 육군 특전사와 헌병대장 등으로 23년간 복무했다. 막내 최점현씨는 현역 헬기 조종사로 부여 무장 간첩, 강릉 대간첩 작전에 참가해 작전 유공 3회 표창을 받았다.

해외 유학 또는 영주권자로 병역 의무가 없지만 6·25전쟁이 터지자 귀국해 공군에 입대한 박성용(작고)씨와, 미국 국적자로 자진 귀국해 입대한 박재완(32)씨 가문도 귀감으로 소개됐다.

이 밖에도 이날 수상식에서 다섯 가문이 국방부 장관 표창, 열일곱 가문이 병무청장 표창을 받았다. 병역 명문가 표창은 병역을 명예롭게 마친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자 2004년 시작됐다. 올해 492가문이 새롭게 병역 명문가로 선정돼 지금까지 병역 명문가는 모두 3923가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