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6일 한-러 정상회담에선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등 초강력 제재안을 놓고 사실상 '설전'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2시간 40여분에 달하는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했으나 이 부분에 대한 의견 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동언론발표에서 "북한을 몰아붙이지 말라"며 제재와 압박이 무의미하다는 논리로 한국 정부의 제재 동참 요청을 공식 거부한 것은 이런 설전의 연장선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현지 브리핑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어내려면 유엔 안보리 제재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며 "이번에는 적어도 북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북한은 아무리 압박을 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선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동발표에서 말했듯 "러시아는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과 상호 모순되는 말로,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지만 우리와 대등한 핵 보유국으론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대북 원유 공급 중단에 대해 "러시아는 북한에 1년에 4만톤 정도의 아주 미미한 석유를 수출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북핵을 반대하지만 원유 중단이 북한의 병원 등 민간에 대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명분까지 댄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이나 북한 노동자 송출 금지 모두 중국·러시아에 어떤 규모로든 경제적 타격과 국제 정치 무대에서의 입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만큼, 미국과 그 동맹들이 원하는대로 제재안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다시 "참여정부 때 6자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포기와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 등 북한 체제를 보장해준다는 데도 합의했었다"며 이는 푸틴이 제시한 '단계적이고 포괄적 제안'과 같은 방법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북한이 최초의 6자 회담에 응하지 않을 때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자 북한이 6자 회담에 참여했었다"며 이번 제재안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방법'임을 적극 설명했다. 또 이 경우 남·북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이 가능하고, 북한 주민에도 이 방법이 최선임을 설명했다.

자신도 평화적·외교적 해결 방법을 바라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적대적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취지로 설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푸틴은 일단 정상회담에선 "한국과 러시아가 같은 입장에 있다고 본다"면서 "어떻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고 올지 저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이 대화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언론 공동발표에서 푸틴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등을 겨냥, "감정을 앞세우지 말고 냉정을 찾으라"는 이례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대북 제재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오랜 시간 설득에도 불구, 공개적으로 이런 발언까지 하자 문 대통령의 얼굴이 일순 굳어지기도 했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 공감대 등을 거론하며 이에 반박하는 듯한 발표를 하자 푸틴은 한숨을 쉬며 문 대통령을 바라보다 천장을 응시하기도 했다.

이날 한-러 정상회담은 내주 미국이 뉴욕의 유엔 총회에서 추진할 대북 제재안을 놓고 중국·러시아와의 대립 구도를 미리 보여주는 전초전 격이 됐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