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여학생(14)들이 또래 여중생(14)을 마구 때려 피투성이로 만든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이 알려지면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10대 청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17세 청소년이 같은 동네 초등생을 유괴해 잔인하게 살해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 10대들이 성인 못지않게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단지 이들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제안 코너'에 올라온 '청소년보호법을 폐지해달라'는 글은 5일 현재 13만2347명이 동의해 '베스트 청원글'로 뽑히는 등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청원자는 글에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을 언급하며 "청소년보호법 취지와는 다르게 청소년들이 미성년자인 것을 악용해 성인보다 더 잔인무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며 "더 이상 청소년이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해서는 안 된다. 청소년보호법(소년법이 맞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대 소년 범죄를 다루는 소년법은 만 10대 청소년들에 대해 성인과 달리 처벌을 감경해주는 조항들이 있다. 예를 들어 소년법 제59조는 범행 당시 기준으로 18세 미만 청소년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범죄를 저질렀어도 최고 15년형에만 처하는 특별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그중에서도 살인 등 강력 범죄 처벌 규정을 담고 있는 특정강력범죄처벌특례법은 18세 미만이면 사형·무기징역으로 처벌할 범죄라도 최고 징역 20년에 처한다고 돼 있다.

최근 검찰이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 공범인 박모양에겐 무기징역을 구형한 반면 주범 김모양에겐 20년을 구형한 것도, 범행 당시 박양은 19세, 김양은 17세였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소년법에선 19세 미만 청소년들은 되도록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게 하는 등 성인과 달리 처벌보다는 교정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특히 만 14~19세 미만 청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만, 만 10~14세 '촉법소년'은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자 위탁, 사회봉사 등 보호처분(교정)을 받는다. 10세 미만은 보호처분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도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7월 18세 미만 청소년들이 존속살해 등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르면 성인과 똑같이 사형·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5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잔인한 여중생 폭행사건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극악무도한 청소년 범죄에 대해 예외적으로 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 것은 갈수록 증가하는 소년범 재범률이다. 인구 10만명당 18세 이하 소년 범죄자 발생 비율은 10년 전보다 36.4% 늘었고, 재범률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소년범 중 초범 비율은 2006년 63.9%에서 2015년 50.2%로 13.7% 감소했다. 반면 4범 이상 재범률은 2006년 6.1%에서 2015년 15.2%까지 크게 증가했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제대로 처벌하지 않아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잔혹해지는 청소년 폭력에 추미애 "소년법 개정 논의 검토"]

외국에서도 죄질이 나쁜 10대 청소년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김한균 인권·미래첨단연구실장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영국·일본 등 선진국에서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흉포해지고 심각해져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등 강력 청소년 범죄들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본은 2000년 형사처벌 연령을 16세 이상에서 14세 이상으로, 2007년 소년원에 보내는 연령을 14세 이상에서 12세 이상으로 낮췄다. 2014년에는 범행 당시 18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최대 20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우리나라도 10대 범죄가 흉악해지고 재범률이 높아지자 2007년 형사 처벌을 하지 않는 '촉법소년' 연령 하한선을 기존 12세에서 10세로 낮췄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청소년 흉악 범죄가 사회적 논란이 될 때마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 행위라고 하기엔 너무 잔인하고 흉악한 유괴, 살인, 심한 폭행 등을 저지른 경우는 성인과 같이 처벌할 수 있도록 소년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승현 연구위원은 "외국에서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했지만 청소년 범죄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며 법 개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