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 전후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이에 '이상 신호'가 나왔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한·미 간에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시점에서 한·미 동맹 체제가 삐걱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오후(한국 시각) 트위터를 통해 "내가 한국에 말했듯, 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했다. 자신과 문 대통령 사이에 북핵 해법을 놓고 상당한 이견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자 청와대는 2시간여 뒤인 오후 10시 51분 입장문을 내고 "한국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직접 체험한 국가다. 또다시 이 땅에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문장이다. 다만 청와대는 "한·미 양국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응해 국제사회와 함께 최대한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는 일치되고 확고한 입장을 견지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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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정상의 지난 1일 밤 전화 통화와 관련해서도 미측에서 "한·미 양국이 통화 내용 중 '북한 문제'를 놓고 서로 다른 발표를 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두 정상의 통화 내용 결과를 2일 브리핑하면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을 가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장으로 나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재와 압박을 통해 결국에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문 대통령의 평소 대북 철학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의했다고 해석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미국 CBS 뉴스는 이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가 이 같은 청와대 브리핑 내용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CBS 뉴스는 NSC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 국제사회 모든 국가가 북한 도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백악관이 지난 1일 밤(현지 시각) 배포한 두 정상의 전화 통화 관련 보도자료에는 '대화의 장' '평화적 해결' 관련 언급은 없다. 다만 "두 정상이 북한에 강한 외교적·경제적 압박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양국 발표가 다른 것을 두고 청와대는 "양국 정상 통화에서 우리나라가 상대방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세세하게 공개하는 것은 외교적 관례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특정 사안을 의도적으로 빼고 넣고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는 말에 문 대통령은 '적극 공감한다'고 답했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폐기할 때까지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 미국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도중에 도발한 북한에 대해 대단히 실망하고 분노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상 간에 이견이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관계와 비교해 볼 때 한·미 동맹에서 불협화음이 자꾸 나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북이 핵실험을 하기 전후인 3일 오전과 심야시간 하루에만 두 번에 걸쳐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달 29일과 30일에도 이틀 연속 통화를 하는 등 이날까지 모두 13차례 통화하며 북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