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북한에 분노"… 청와대 "정책 수정 불가피"]

[군, 미사일 탄두 중량 대폭 늘려도 북한엔 역부족 ]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왔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對北) 구상이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사실상 막다른 벽에 부딪혔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며 '6차 핵실험'을 남북 관계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해왔다. 본인의 말에 따르더라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다.

문 대통령 대북 구상의 핵심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대화의 재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대북 유화 정책 연장선상에 있다. 군사적 옵션이나 전술핵 재배치 같은 대응 방안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이라는 선을 넘는다면 이 같은 원칙의 변경이 불가피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4월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남북 간 대화는 상당 기간 불가능해지며, 우리가 5년 단임 정부임을 감안하면 다음 정부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 약속대로 한다면 남북대화와 관계 개선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끝난 것이다. 그는 또 4월 7일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북한이 끝내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 될 것"이라면서 "6차 핵실험을 하면 북한은 아주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받게 돼 김정은 체제의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었다. 6차 핵실험과 북한의 체제 문제까지 연계한 듯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 같은 문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하고 6차 핵실험을 했고, 그에 더해 이 정부 들어 ICBM급 시험 발사까지 마친 상태다. 대선 전 공약대로라면 이제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 체제'를 겨냥한 대북 정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때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도발을 계속했지만, '제재와 대화 병행'이라는 방침을 어떻게든 유지하려 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경고'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핵 동결하면 대화 시작" 같은 신호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과의 대화에서 6차 핵실험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라는 것을 재차 밝혔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대북(對北) '레드라인'을 묻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은 이미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고 이번에 6차 핵실험으로 핵탄두의 미사일 탑재를 위한 소형화·무기화에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이번 6차 핵실험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돌아올 수 없는 강'은 물론 군사적 행동이 수반되는 '레드라인'에도 근접했거나 사실상 이미 넘어선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6차 핵실험을 보면서 지금까지 대북 제안이 '대화 구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의 순간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