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글로벌 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승복 교수-딸 이세나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지난 7월, 국제체조연맹(FIG) 몬트리올세계체조선수권 대표 선발전에 도전한 대한민국 여자선수는 달랑 5명이었다. 대다수 한국 부모들은 딸에게 체조를 시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위험하다' '돈이 안된다'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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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초청 핸드프린팅 행사에서 이승복 박사를 만났다. 이 박사는 베스트셀러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의 저자이자, '슈퍼맨 닥터리'로 알려진 의료인이자 영원한 체조인이다. 열여덟의 나이에 올림픽 체조 금메달을 꿈꾸던 중 찾아온 불의의 사고를 기적처럼 이겨냈다. 다트머스 의대, 하버드 의대 인턴을 거쳐 존스홉킨스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수석 전공의로 일한 이 박사는 3년 전부터 하버드대 글로벌의학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요즘 초등학생 딸이 체조를 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 대회에도 나갔다"며 휴대폰 속 사진을 쓱 내밀었다. 29일 출국을 앞둔 '슈퍼맨 체조인' 부녀를 만나기 위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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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체조는 최선을 다해 즐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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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대 위에 올라선 아홉살 딸 세나가 휠체어를 탄 '슈퍼맨 아빠'를 향해 생긋 반달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평균대 위를 폴짝폴짝 날아오르는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에선 꿀이 뚝뚝 흘렀다. 가장 사랑하던 체조를 하다 장애를 입었다. 다시 돌아보기도 싫을 것같은 그 체조장에서 딸과 함께한다는 것, 가장 사랑하는 딸에게 체조의 길을 대물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박사는 해맑은 미소로 답했다. "세나가 체조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좋고 뿌듯하죠. 하하. 체조는 곧 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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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여덟 살 때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미국 뉴욕으로 이민 간 이 박사에게 체조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모든 것'이었다. "'너는 왜 생김새도 다르고 영어도 못해?' '중국인이야, 일본인이야?' 놀림을 받았다. 나는 '한국'대표로 친구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 무렵 체조의 재능을 발견했고, 체조를 통해 '한국인' 이승복을 알리고 싶었다. 그때부터 나는 체조, 체조는 내가 됐다." 부모님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체조의 길을 고집했다. 피나는 노력끝에 전미대회 1-2위에 오르고,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혀 유수한 대학의 러브콜을 받을 만큼 두각을 나타냈지만, 열여덟에 날개를 접어야 했다. 그 많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체조는 여전히 그의 분신이다. 명문대 출신으로 성공한 의료인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도 그는 여전히 '체조인'으로 불리길 원한다. "체조는 여전히 내 인생의 '메인'이고, 나머지는 모두 '세컨드'"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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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슈퍼맨' 부녀가 가장 열올리는 공통화제 역시 체조다. "우리는 체조를 정말 좋아한다. 오늘 아침에도 차를 기다리면서 딸과 휴대폰으로 유니버시아드 경기 영상을 봤다. 와이프가 못말린다며 웃더라."

이 박사의 딸 세나는 '세계 최강' 미국에서 체조를 배우고 있다. 미국 피터우드베리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세나는 루마니아 출신 에밀리아 코치에게 체조를 배운다. 동유럽 출신 '호랑이 선생님'이 무섭다면서도, 세나는 씩씩하다. "어떤 애는 막 울어요. 저는 한번도 안울었어요" 한다. 좋아하는 선수를 묻자 "앨리 레이즈먼, 시몬 바일스, 매더선 코션…" 등 리우 금메달리스트들의 이름을 줄줄 읊었다.

부상에 대한 걱정이 없을 수야 없지만, 아빠는 "입밖으로 그 말을 꺼내진 않는다"고 했다. 세나에게 "체조는 즐기는 거야, 오늘도 어제처럼, 그제처럼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면서 즐기라"고 말해준다. 운동하기 전에 몸을 잘 풀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기분이 안좋거나 안내킬 때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 "절대 스트레스를 주거나 억지로 시켜서는 안된다. 의학적인 면에서도 기분과 부상은 상관이 있다. 집중이 안되니까 대충하다가 실수하거나 다친다. 오기가 나서 욕심껏 하다가 무리하는 경우도 있다. 세나 나이 때는 그냥 재밌게, 즐겨야 한다. 본인이 스스로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해야 한다."

이 박사는 '체조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스포츠의 본질과 행복을 이야기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체조 개인종합 금메달리스트 개비 더글라스를 예로 들었다. "더글라스는 런던 이후 대스타가 됐다. 그런데 슬럼프가 왔다. 체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금메달에 대한 압박감, 부담감으로 인해 즐기는 법을 잊게 된다. 나라를 위해, 클럽을 위해 하는 운동은 행복하지 않다. 결국 스포츠는 나를 위해서 하는 것, 좋아서 그냥 하는 것이다. 금메달, 1등만 강조하면 행복감은 오래 가지 않는다."

▶"내 딸이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

세나는 이번 여름방학 5주간 한국친구들과 함께 체조를 배웠다. 8월, 교보생명 꿈나무 대회에 번외선수로 출전도 했다. "너무너무 재밌었다"고 했다. "올림픽처럼 안내판을 들고 한줄로 서서 입장하는 게 제일 좋았다"며 웃었다. "올림픽, 나가고 싶어?"라고 묻자 "네…" 수줍게 대답하더니 마룻바닥 위를 총총 뛰어올랐다. '재기발랄' 체조인의 에너지가 넘쳤다.

이 박사의 꿈은 세나가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다. 그 자신, 1988년 서울올림픽의 꿈을 키우던 전도양양한 체조선수였다. 올림픽은 이 박사에게 '가지 못한 길'이다. "나는 평생 올림픽을 꿈만 꿔왔다. 팀 닥터로서 올림픽에 참가하고, 관중석에서 선수들을 지켜봤지만 양학선이 정말 부럽다. "학선아, 내가 네 광팬인 거 알지?"라고 하면 깜짝 놀란다. 진심이다."

아버지로서 '세상에서 가장 좋은 꽃길'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다. "나의 꿈은 세나가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다. 부모로서 아이가 그 놀라운 경험을 했으면 한다. 올림픽의 의미는 승리가 아니라 참가에 있다(It's not about winning, It's about participating). 4위든 3위든 올림픽에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영광이다. 아빠로서 이 멋진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한국대표의 꿈도 숨기지 않았다. "나라에서 원하고, 본인이 원하고, 무엇보다 딸의 실력이 된다면 한국 대표로 올림픽에 꼭 나갔으면 좋겠다. 올림피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박사는 내년에도 딸과 함께 한국에 와서 훈련을 할 계획이다. '체조인'으로서 대한민국 체조계에 기여하고 싶은 진심을 표했다. "대한민국 체조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한국 체조를 세계 무대에 알리고 싶다. 내 인생에선 체조가 '메인'이다. 한국과 미국 체조의 '가교' 역할도 하고 싶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라도 알려달라. 팀닥터로 가는 것도 행운이지만, 대한민국 체조인의 일원으로서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나는 영원한 체조인이니까, '포에버 짐내스틱!(Forever Gymnastics!)'"이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이 박사가 휠체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택시가 기다린다"며 빛의 속도로 휠체어 바퀴를 씽씽 달렸다. 휠체어가 그렇게 빠른 줄은 처음 알았다. 세나가 폴짝폴짝 아빠의 뒤를 따라 달렸다. 부전여전 '포에버 짐내스틱!'이었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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