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핵심정책 토의 참석을 위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이효성 방통위원장과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송법 개정안을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야당이 “이른바 ‘코드’ 맞는 사장을 임명해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결국 드러난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방송법 개정안’이란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이전부터 ‘공영방송 정상화’를 주장하면서 국회에 제출한 공영방송 지배구선 개선법안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현행법 체제에선 KBS 여야 추천 이사 비율이 7대 4, 방문진(MBC 대주주)은 6대 3인데, 공영방송 이사진을 13명으로 통일하고 여야 추천 이사 비율을 7대6으로 고쳐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장 선임에도 이사회 3분의 2 동의가 필요한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당시 “이번 (방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온건한 인사가 선임되겠지만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며 “법안 처리가 최선인지 검토해 봐야겠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비공개 핵심정책토의 당시 ‘토론이니까 하나의 의견으로 얘기해보자'는 취지로 말했던 것”이라며 “업무보고 현장에는 정부나 여당 추천 몫 방통위원들뿐만 아니라 야당이 추천한 방통위원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토론차 꺼낸 아이디어일 뿐 ‘지시’는 아니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스스로 ‘방송 장악’을 막겠다며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해놓고 이를 부정하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문재인 정권이 결국 방송 자유라는 가면을 벗고, 방송 장악이라는 생얼굴을 드러냈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은) 코드 사장이 임명될 수 있도록 방송법을 개정하라는 주문”이라고 했다.

한국당 과방위원들은 “문 대통령의 느닷없는 말 바꾸기는 그동안 주장해온 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도 했다.

국민의당 과방위 간사인 김경진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문 대통령의 방송법 개정 재검토 발언이) 기존의 방송법 체계로 차기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들을 구성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꼼수가 아닌지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이것이 지난 정권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여당이 되니 입장이 바뀐 것인가?”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집권 여당은 방송법 개정안을 즉시 처리해 지난 적폐들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바란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