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경찰서는 25일 뒤에서 상향등을 비추면 귀신 형상이 나타나는 스티커를 차량 뒷유리에 붙이고 운행한 A(32)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즉결심판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최근 차 뒷유리에 귀신 스티커를 붙여 뒤따라오는 운전자들을 놀라게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A(32)씨가 즉결심판에 넘겨졌다. 보통 땐 눈에 그리 띄지 않는 스티커지만, 빛에 쪼이면 밝아진다고 한다. A씨 사건을 담당한 부산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일종의 형광 스티커”라며 “국내에선 파는 곳이 없고 중국 쪽에서 산 제품이라 한다”고 전했다.

중국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판매 중인 귀신 스티커.

경찰에 따르면 뒤따르는 차가 상향등을 켰다 해서 이 스티커가 무조건 튀어나오는 건 아니라 한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스티커가 붙은 각도를 고려할 때, 뒤차가 안전거리를 무시하고 바짝 따라오며 상향등을 쏘아야만 제대로 보일 것”이라며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는 아니고 그저 난폭·보복운전을 하는 차량을 떨쳐낼 목적인 듯하다”고 했다. 실제로 A씨는 경찰에서 “경차라서 차량이 양보를 잘 해주지 않고 바짝 붙어 상향등을 켜는 운전자가 많아 스티커를 붙였다”고 진술했다.

상향등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비교 사진. 상향등이 없을 땐 스티커가 거의 보이지 않지만(왼쪽), 상향등을 비추면 귀신 얼굴이 선명히 나온다.

비록 호신 목적이라지만 경찰이 단속에 나선 건, 본래 뜻이 어떻든 간에 명백한 도로교통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 42조에서는 혐오감을 주는 도색(塗色)이나 표지 등을 한 차량을 운전해서는 아니 된다 규정하고 있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물론 상향등을 켜고 위협하는 운전자도 잘못이고 법적 처벌 대상이지만, 그렇다 해서 이런 스티커 부착이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며 “특히 차 높이에 따라 상향등 각도가 다른 통에 안전거리를 제대로 유지하고서 불을 켰는데도 저 스티커가 튀어나와 운전자를 놀라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걸 방지하고자 단속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 스티커 원리를 합법적으로 활용할 방법도 있긴 하다고 전했다. 귀신 대신 경고 문구 등을 형광 스티커로 만들어 붙여 넣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42조는 분명히 ‘혐오감을 주는’ 장식만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는 스티커라면 교통안전에 큰 도움이 될 테니, 오히려 부착을 권장하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물론 혐오라는 게 적잖이 주관적인 영역이다 보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 유사한 스티커들이 제작·판매된다면 단속하기 애매한 스티커가 다수 튀어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귀신 스티커 원조국인 중국에선 온갖 기괴한 스티커들이 나돌고 있다 한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혐오’ 범주를 피하면서도 뒤차를 놀라거나 화나게 하는 스티커도 팔릴 우려가 있다”며 “만들어도 되는 스티커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해 주는 시행령 등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판매 중인 차량 후방 부착용 김정은 스티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