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큰 집보다 작지만 개성 담은 '틈새집'이 주목받는다지요. 틈새집 원조인 '협소 주택'이란 단어가 나온 나라가 일본입니다. 오누키 특파원이 살며 느낀 한국 집은 어떨까요. 이번 주 주제는 집입니다.

요즘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어요. 내 집 마련의 꿈, 일본도 마찬가지인가요.

내 집 마련을 '인생의 가장 큰 쇼핑'이라 표현해요. 세상 변했다지만 여전히 집을 사야 비로소 '이치닌마에(一人前·제 앞가림할 수 있는 성인이라는 뜻)'가 됐다고 해요. 30대 초중반에 '35년 론(loan)'이라 불리는 주택담보대출 받아 집을 사는 게 평범한 회사원의 꿈이에요. 3000만~4000만엔을 대출받아 35년 동안 갚는 거죠. 인생의 절반을 걸었으니 웬만해선 이사를 못 가고 안 가죠. 평생 많으면 두 번? 저희 친정은 한 번도 이사를 안 했어요.

저희 친정은 40여 년간 네 번 이사했어요. 한국에선 어쩔 수 없이 이사해야 할 때가 많아요. 계속 살고 싶어도 전세나 월세가 껑충 뛰면 옮겨야 하는 수밖에요. 내 집 없는 설움이죠. 서울 아파트살이 4년째인데, 살아보니 어떤가요?

한국 집 첫인상은 '와 크다!'였어요.

크다고요? 성냥갑 아파트에서 "좁아" "답답해" 입에 달고 사는 게 한국인데요.

같은 3LDK(방 셋, 거실·식사 공간·주방) 구조 아파트인데 지금 사는 서울 아파트는 100㎡(30평), 이전 도쿄 아파트는 80㎡(24평)였어요. 도쿄 도심에서 30평대 아파트 사는 건 여간한 부자 아니면 힘들어요. 주재원으로 여기 나온 일본 가족들이 그래요. 이렇게 넓은 집 언제 또 살아보겠느냐고(웃음).

꼭 맞는 것보다 낙낙한 느낌을 좋아하는 게 한국 정서죠. 일본 사람들은 이가 꼭 맞아야 성에 찬다면, 한국 사람들은 약간의 틈이 있어야 멋이라 생각한달까. 집도, 인생도 여백의 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딱 맞춰 살다가 큰 집에 사니 처음엔 어색했어요. 특히 침실. 잠만 자는데 여유 공간이 이렇게 필요한가 싶더군요. 중고 킹사이즈 침대를 쓰는데 일본 집 방엔 들어가지도 않아요. 아들이 일본 돌아가면 침대가 제일 그리울 거 같다고 해요(웃음). 부부 욕실도 신기했고. 집 좁다면서 화장실은 왜 굳이 두 개나 필요한 걸까요.

아침 화장실 쟁탈전 방지엔 도움되지요. 필요 없어 부부 욕실을 드레스룸으로 바꾸는 집도 있지만.

참, 디지털 도어록은 낯선 풍경이었어요.

집 열쇠 들고 다닌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열쇠 잃어버려 열쇠공 불러 문 딴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데 그 걱정 안 해도 되니 편해요.

기계란 게 고장 날 수도 있고, 번호가 유출될 수도 있잖아요. 편리함보다는 안전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와는 안 맞아요.

일본 집에 가봤더니 잘게 쪼개져 갑갑한 느낌이 들던데, 한국 집 구조는 어떤가요.

한국 집은 서로 비밀은 없어야 할 것 같은 한국 가족을 닮았어요. 방들이 거실을 향해 개방돼 있어 나만의 공간이 없달까. 집 안 어디서든 보이고 들리죠. 집 안에 사생활이 없어요.

집 안의 사생활이라? 집 자체가 사적 공간 아닌가요?

가족 간에도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게 일본 정서예요. 집 구조에도 이 생각이 담겨 있어요. 집은 작지만 복도가 있어 거실 거칠 필요 없이 가족 시선 피해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갈 수 있어요.

가족 간의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집 구조 때문에 사춘기 자녀 둔 집에선 대화 단절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도 있어요. 부모 얼굴 안 보고 한집에 살 수 있으니까. 일본 엄마들 스타일이 한국 엄마들처럼 제 방에 틀어박힌 애한테 굳이 간섭하는 스타일도 아니라 거리가 더 벌어지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 집에서 거실은 집 속 '만남의 광장'이네요. 그 만남이 때론 '잘못된 만남'이 되지만.

김미리·'friday' 섹션 팀장
오누키 도모코·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한국과 일본의 닮은꼴 워킹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