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3일 "'5·18 민주화운동 헬기 사격 및 전투기 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빠른 시일 내에 특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즉각 반응한 것이다.
◇사실 무근 헬기 사격 의혹 또 불거져
헬기 사격 의혹이란 5·18 당시 계엄군 헬리콥터가 광주 시민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말한다. 당시 현장을 목격했다는 신부·승려·목사 등 종교인들과 5·18 관련 단체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당시 육군항공단 관계자들은 "헬기 기총 사격은 엄청난 인적 피해를 야기하는 것으로, 그러한 사격을 실시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해왔다.
이 의혹은 1995년 서울지검과 국방부검찰부(현 국방부검찰단)의 5·18 관련 사건 수사에서 정식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의 피해자라고 지목한 인물이 검찰 조사에서 "헬기가 아니라 계엄군 소총 사격으로 다쳤다"고 진술하는 등 목격자들의 증언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통해 "그 밖의 목격자들도 막연하게 헬기 사격을 보았다고만 할 뿐, 구체적으로 피해 사실을 진술하지 못했다"고 했다.
민·군 검찰은 군 자료도 확인했으나 "(5·18 기간 중) 헬기가 총 48시간 동안 '무력시위'를 했다는 기재 외에, 공중 사격 실시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밖에 광주 시내 적십자병원, 기독병원, 전남대병원의 진료 기록부와 응급실 관계자들의 진술, 군 관계 자료들을 모두 조사한 뒤 "헬기 장착 무기에 의한 사격으로 인명 피해를 야기한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부 과거사위원회는 헬기 사격 부분은 아예 조사 대상으로 다루지도 않았다. 군 당국은 최근까지도 "5·18 당시 항공작전일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확인 불가' 입장이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여겨졌던 이 의혹은 작년 리모델링을 앞둔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탄흔으로 보이는 흔적이 다수 발견되면서 다시 불거졌다. 광주광역시 요청으로 현장 검증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월 "빌딩 10층 내·외벽에서 탄흔 185개가 발견됐다"며 "하향 각도 사격한 탄흔으로 봤을 때 헬기와 같은 비행체에서 발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전투기 대기 의혹… 북한 대비 가능성
'전투기 출격 대기'란 jTBC가 지난 21일 보도한 내용으로, 이번에 처음 제기된 의혹이다. 5·18 당시 수원 제10전투비행단 101대대에 근무한 F-5E/F 전투기 조종사 2명은 jTBC에 "5월 21~22일 사이 비행단 전체에 출격 대기 명령이 내려져 공대지 무장을 한 채 대기했으며 출격지는 광주로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jTBC는 다음 날에도 후속 보도와 함께 "광주 공습 대기 명령은 다행히 실행은 되지 않았지만 이전의 군사작전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그에 따른 진상 규명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의 '특별 조사' 지시가 나왔다.
군 관계자는 "정확한 것은 조사해 봐야 밝혀지겠지만 전투기 출격 대기는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5월 17일)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광주 폭격 시도와 연결짓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당시 제101대대장이었던 김홍래 전 공군참모총장도 jTBC에 "출격 대기를 한 것은 맞지만 북한에 대비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송영무 국방장관도 22일 국회 예결위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꼭 그런 지시가 광주 사태 때문이라고 생각 안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