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과 '모범생'이 나란히 한국의 음악팬 앞에 섰다. 지금까지 7000만여 장 앨범 판매고를 올린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의 보컬 리암 갤러거 (Gallagher·45)와 그래미상을 11번 받은 미국 록밴드 '푸파이터스(Foo Fighters)'가 2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릴레이 공연을 펼쳤다.
먼저 시작한 리암 갤러거의 공연엔 10~20대 관객이 눈에 띄게 많았다. 오아시스의 전성기는 1990년대였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젊은 관객이 오아시스의 음악을 듣는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오아시스의 주축 노엘·리암 갤러거 형제가 냉소적인 농담과 돌출 행동을 자주 하는 악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오아시스)는 예전에 끝났어. 다 돈 때문에 (음악을) 계속하는 거지"라고 말한 장면에 10~20대가 열광했다. 영국 노동 계급 출신 록스타의 삐딱함이 한국 젊은 층에겐 힙합 래퍼들의 '거들먹거림(Swag)'처럼 받아들여진 셈이다.
둘째는 음악. 비틀스와 롤링스톤스를 영리하게 벤치마킹한 오아시스의 음악은 어느 세대라도 귀 기울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오아시스는 2009년 해체했지만 리암의 공연은 여전히 오아시스 위주다. 이날 공연에서도 'Morning Glory' 'Slide Away' 등 오아시스 시절 명곡을 연이어 불렀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푸파이터스'는 지금 미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록밴드 중 하나다. 스티브 잡스가 죽고 팀 쿡이 애플의 CEO가 된 후 나온 '아이폰5' 발표회 축하 공연을 한 밴드가 푸파이터스다. 푸파이터스는 1990년대 전설적 록밴드 '너바나(Nirvana)'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그롤(48)이 결성했다. 음악계 판도를 바꾼 너바나의 카리스마적 리더 커트 코베인이 잡스와 닮았다면, 그 뒤에서 묵묵히 음악을 한 데이브 그롤이 팀 쿡 자신의 모습이라는 뜻을 담은 셈이다.
푸파이터스는 팀 쿡이 이끄는 애플처럼 혁신적이진 않아도 좋은 록음악을 꾸준히 내놓는 모범생이다. 이날도 강렬한 전자기타 소리와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샤우팅 창법으로 관객을 흥분시키는 록밴드 공연의 정석을 보여줬다. 'Learn to Fly' 등 밴드의 최고 인기곡을 모두 들려준 것도 그들다웠다. 힙합과 전자음악이 세상을 점령하고 있지만, 22일 밤 공연장을 채운 8000여 명 관객은 온몸으로 '로큰롤은 살아 있다'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