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없는 연극이 존재할 수 있다니 정말 흥미롭다. 어떤 대본이 주어질지 몰라 기대도 되지만 걱정도 된다. 오로지 배우와 관객이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관객을 믿고 힘껏 가보겠다."(배우 손숙)

"모든 게 철저히 비밀이라 다른 배우들 작품도 못 본다고 한다. 에너지가 대단한 배우들인데 평생 딱 한 번일 공연을 볼 수 없는 게 아쉽다. 관객들이 많이 오셔서 각 배우의 개성을 마음껏 즐겼으면 좋겠다."(배우 김소희)

손숙·이호재·예수정·하성광·김소희·손상규 등 쟁쟁한 배우 6명이 기존 국내에선 보지 못했던 형식 파괴 1인 즉흥극에 도전한다. 다음 달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과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펼쳐질 제17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하얀 토끼 빨간 토끼'(9월 21~24일·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다.

SPAF 개막작인 ‘줄리어스 시저’. 루마니아 연출가 실비우 푸카레트가 이끄는 ‘클루지 헝가리안 시어터’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재해석했다.

22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SPAF' 기자 간담회에서 소개된 이번 작품은 연출도, 리허설도, 무대 세트도 없이 진행된다. 배우는 무대에 오르고 나서야 봉인된 대본을 뜯을 수 있다.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했는지 보는 것도 금지된다. 대본은 이란의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가 썼다. 몇 가지 지시와 관객을 참여시키라는 것이 전부이지만 이 특이한 구조 자체로 해외에선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2011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소개된 뒤 32국에서 공연됐다. 국내에선 처음 시도된다. 기본 틀은 있지만 배우가 즉흥적으로 스토리를 덧입히는 구조로 매번 공연 때마다 전혀 다른 연극이 된다는 설명이다. 공연 시간도 60분 이상 걸릴 거라 '추정'할 뿐이다.

'클루지 헝가리안 시어터'의 '줄리어스 시저'를 개막작으로 7개국 17개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2004 아테네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을 맡았던 그리스의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의 아시아 초연작 '위대한 조련사'. 인간의 기원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배우들은 극의 상당 부분을 나체로 연기한다. 지난 7월 아비뇽 축제에서 공개돼 호평받았다. SPAF와 아비뇽 축제, 파리 테아트르 드 라 빌 등 7개의 유명 페스티벌 등이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또 폐막작으로 선보일 영국 스타 안무가 아크람 칸의 '언틸 더 라이언즈'를 비롯해 국내 작품으로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극단 유랑선의 '나는 바람', 극단 하땅세의 '위대한 놀이'등이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