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 머물러 있던 한국 SF(과학소설)가 세계를 향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 대표적 SF 소설 플랫폼 '환상문학웹진 거울'은 이달부터 중국 SF 전문 사이트 '미래사무관리국'과 교류 프로젝트를 진행키로 했다. 각국의 SF 단편을 매달 한 편씩 번역해 1년간 각국 홈페이지에 소개하는 것이다. 중국은 SF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재작년부터 2년 연속 수상한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시장. 거울 측은 "배명훈을 시작으로 김보영·정소연·곽재식 등의 작품이 차례로 중국 독자를 찾아간다"며 "이번 교류를 통해 작품 세계가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최대 규모의 SF 행사 ‘제75회 세계SF대회’에 처음 들어선 한국 부스.

지난 13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폐막한 '제75회 세계SF대회'(Worldcon 75)에도 처음으로 한국팀이 참석해 국내 SF 소개에 앞장섰다. 8000여 명의 SF 작가 및 출판인이 모이고, 휴고상 수상자가 선정·발표되는 SF계 최대 행사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한국 문학 활동의 새 영역 개척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1000만원을 지원했다. 서울SF아카이브 박상준 대표는 "유럽 등 외국 관계자로부터 '한국 SF 소설 번역본을 보고 싶다'는 문의를 많이 받았다"면서 "SF는 국가나 인종을 넘어서는 공통의 정서에 기반을 두기에 한국 작가도 세계에 자주 소개되다 보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걸음은 구체화되고 있다. 최초의 영역판 '한국SF소설선집'이 내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세계SF대회에서 소개될 예정이고, 한·중·일이 중심이 된 '아시아SF대회'(Asiacon)도 출범이 논의되고 있다. 이 행사 개최를 준비 중인 윤여경 SF 작가는 "아시아 SF 시장 활성화를 위한 데이비드 랠리 브리티시SF협회장의 제안으로 현재 중·일 관계자들과 의견을 조율 중"이라며 "한국 SF 소설이 순식간에 세계 무대로 번져나가는 길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SF 작가와 작품의 국제 홍보를 위해 해당 정보를 영어로 번역해 올리는 웹사이트(sffd.co.kr)도 개설했다. 윤씨는 "10월 안에 국내를 비롯 50개국의 SF 정보를 소개해 문화적 반경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