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성형 제외, 건보 모두 보장… MRI·초음파까지]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을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발표했다. MRI, 초음파, 특진비, 병실료, 간병 서비스 등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전 국민 의료비 부담이 5년 새 18% 줄고 저소득층은 46%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병원비 부담으로 가계(家計)가 파탄 나고, 아파도 치료를 포기하는 '메디컬 푸어'가 적지 않다. 대책이 필요한 건 틀림없다. 우리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로 OECD 평균인 80%에 한참 못 미친다.

문제는 엄청난 돈이다. 복지부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이 소요되는데 건보 적립금 21조원 중 절반가량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나머지는 국민 세금으로 부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건보 재정이 내년에 당장 적자로 전환되고 2023년이면 적립금이 모두 소진된다고 발표했었다. 기재부 예측이 맞는다면 건보 적립금은 쓰지 못하거나 액수가 크게 줄 수밖에 없다.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면 의료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6세 이하 무상 입원비' 정책을 도입하자 병원마다 어린이 입원 환자가 폭증해 그 정책이 2년 만에 폐기된 일이 있었다. 앞으로 MRI·초음파 검사가 전보다 크게 증가할 거라는 건 쉽게 내다볼 수 있다. 이걸 어떻게 감당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돼가고 있다. 노인들은 의료비를 많이 쓴다. 이전 정부들이 건보 혜택을 대폭 늘리지 못한 것은 고령화에 대비해 적립금을 쌓아둬야 한다는 필요 때문이었다. 그 적립금이 지금의 21조원이다. 지금 정부는 그 돈을 쓰겠다는 것이다. 혹시 5년 동안은 적립금을 갖고 어떻게 버텨본다고 해도 그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새 정부는 탈(脫)원전을 주장하면서 '5년 동안은 전기 요금 인상을 걱정할 게 없다'고 큰소리쳤다. 그게 사실이라면 전임 정부들에서 발전소를 많이 지어놨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5년 뒤 자기들 임기가 끝난 다음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뚜렷한 설명이 없다. 답이 궁하면 뭐든지 국민 세금을 투입한다고 한다. 정부 임기는 5년이지만 국민은 5년만 살고 마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