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편리함 위해 만든 '플라스틱'… 매년 섬처럼 쌓인대요]

[해수욕장 발생 쓰레기 1위, "사흘간 페트병 쓰레기만 1만 리터… 문제 심각"]

남태평양의 영국령 핏케언군도(群島)에 속한 무인도 '헨더슨섬'이 3800만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여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이 미국국립과학원회보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지난 5월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헨더슨섬은 남미 칠레 남부에서 5600㎞ 떨어진 외딴 섬으로 사람의 발길이 5~10년에 한 번 정도 닿는 곳이다. 전체 면적은 울릉도의 절반인 37㎢로 1988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의 제니퍼 레이버스 박사는 2015년 우연히 구글 지도의 사진을 보다가 헨더슨 섬에 쓰레기가 넘쳐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곧바로 영국 왕립조류협회와 공동 연구팀을 꾸려 4개월 동안 헨더슨 섬에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3800만여 개의 쓰레기 더미를 발견했다. 무게로 치면 17.6t에 달한다. 대부분 일회용 면도기, 분유통 같은 플라스틱이었다.

연구팀은 "겉으로 드러난 쓰레기는 전체의 32% 정도였고 나머지는 모래 속에 묻혀 있었다"고 했다.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의 68%는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파편으로 가로·세로 각 1m에 10㎝ 깊이의 모래에 평균 4500개가 들어 있다고 한다.

남태평양의 무인도 헨더슨 섬이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3800만개 가득… 남태평양 외딴섬, 어떻게 이런 일이…]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이 많아지면서 2050년에는 바닷새 약 95%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 3월, 호주 연방과학원(CSIRO) 연구진은 "플라스틱 생산량이 지난 10년간 거의 배로 늘면서 세계의 바다가 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덮이는 실정"이라며 "이대로 간다면 금세기 중반에는 대부분 바닷새의 몸 안에서 플라스틱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거북이 절반 이상과 호주 동부 해안에 서식하는 새 3분의 2가 플라스틱을 먹이인 줄 알고 삼킨다. 이로 인해 동물들은 소화 장애에 걸려 죽음에 이른다. 혹 살아남더라도 플라스틱이 위장에 쌓이면서 잘 먹지 못하고 왜소해진다. 연구를 이끈 데니스 하디스티 박사는 "이 문제는 비교적 해결이 쉽다"면서 "바다에 해양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중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호주 동물보호단체 애니멀 오스트레일리아는 "비닐봉지의 경우 쓰이는 건 잠깐이지만, 완전히 분해되려면 약 100년이 걸린다"며 "세계 바다의 1제곱마일(약 2.59㎢)마다 4만6000여 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떠다니고 있고, 비닐봉지 때문에 해마다 바다생물 10만 마리 이상이 죽어간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플라스틱 그물에 온몸이 묶여 간신히 얼굴만 드러낸 아기 물개]

[무심코 버린 빨대가 거북이 코에 박혔다]

[과학자의 경고 "30년 후 바닷새 95% 배속에 플라스틱 조각"]

[고래 사체 배 갈라보니… 비닐 쓰레기가 한가득]

영국 에버딘대 연구팀은 2016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심해 콘퍼런스'에서 "마리아나 해구에 사는 갑각류가 독성 플라스틱에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갑각류에서 발견된 독성 물질은 폴리염화바이페닐(PCB)과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PBDE)로, 플라스틱의 재료이다. 배 밑바닥에 칠하는 코팅제, 난연(爛然)제 등으로 쓰인다. 화학물질이 배나 해양 쓰레기에서 떨어져 나와 가라앉고 심해 동물이 이를 먹으면서 오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에 서식하는 갑각류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다(왼쪽).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농어 치어의 모습. 은색 알갱이가 플라스틱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전 연구에서 심해 2000m까지는 플라스틱 오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번 연구는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플라스틱이나 화학물질은 자연에서는 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오염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고 보도했다.

플라스틱의 독성은 먹이사슬을 타고 생태계 전체를 오염시킨다. 갑각류나 플랑크톤이 독성 물질을 섭취하면, 물고기와 같은 상위 포식자도 오염된다. 또 물고기를 먹은 사람의 몸에도 독성 물질이 축적된다.

[1만m 심해의 갑각류도 독성 플라스틱에 오염]

'미세 플라스틱'은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이다. 처음부터 미세 플라스틱으로 제조되거나, 플라스틱 제품이 부서지면서 생성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치약, 세정제, 스크럽 등에 포함된 제품도 있다. 150mL 제품에 대략 280만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너무 작아 하수처리시설에 걸러지지 않고, 바다와 강으로 그대로 유입된다. 예컨대 2015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논문에 따르면, 2010년도에 바다로 유입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대략 480만~1270만t이다. 이 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나일론 등이 포함된 석유화합물이기 때문에 오염 물질과 만나 새로운 환경 문제를 야기하게 되며, 또 버려진 플라스틱이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는 아직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다.

일부 치약, 스크럽 제품 등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

[어제 먹은 고등어 속에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은 환경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은 강·바다의 생물들을 인간이 섭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장폐색을 유발하며 에너지 할당 감소, 성장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세계 바다가 페트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되면서 사람이 먹는 생선에서도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대거 검출되고 있다고 가디언이 지난 6월 2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가디언은 영국 플리머스대학 연구진의 보고서를 인용해 "대구와 해덕·고등어 등 영국 식탁에 오르는 어류의 3분의 1에서 플라스틱 조각들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대구와 해덕 등은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 '피시 앤드 칩스(fish & chips)'에 사용되는 어류이다.

벨기에 겐트대학 과학자들도 "수산물을 즐기는 사람은 1년에 1만1000개가 넘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을 먹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뉴캐슬대 해양과학기술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 및 진화'를 통해 태평양 심해에서 잡은 옆새우에서 중국의 오염된 강에 사는 게보다 50배 많은 독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유해 물질들이 플라스틱 쓰레기에 붙은 채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2016년 거제 해역 바닷물 1㎥당 평균 21만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싱가포르 해역의 100배에 달하는 양이다. 이재성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에서 플랑크톤의 성장과 생식률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플라스틱 폐기물을 관리하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선 등 식재료를 거쳐 식탁까지 오르는 이유는 페트병 등 플라스틱 사용량은 크게 늘어나는 데 비해 이를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페트병을 생산하는 기업들도 재활용에 대해 소극적이다. 가디언은 "버려지는 페트병에 대해 인류가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음료 회사들은 페트병 재활용에 소극적"이라며 "음료 회사들은 자신의 제품이 깨끗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플라스틱병에 담기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플라스틱은 재활용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재활용율이 그렇게 낮을까. (95% 이상이 소각장이나 매립장에 그냥 버려지고 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려면 PET, PS, PVC 등 플라스틱 소재별로 분류돼야 하는데 소재에 따라 재활용 방법이 다르다. 하지만 플라스틱 컵을 소재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플라스틱에 작게 표시된 소재 명을 확인해야 하는데, 작업자들이 모든 쓰레기를 확인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 방법이 연구되고, 페트병 먹는 신종 박테리아·먹는 물병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책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당장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역부족이다. 사용을 줄여나가는 규제가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들은 통과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5년 '마이크로비즈 청정해역 법안'이 통과되면서 물로 씻어내는 제품에 미세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으며, 스웨덴에서는 화장품에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7월부터 미세 플라스틱을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에서는 미세 플라스틱 환경 영향 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2020년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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