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지난해보다 40%, 서울시교육청은 88% 감축한다는 소식이 서울교대에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일 늦은 오후였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들고 하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열람실을 나간 학생들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정말 사실이야"라고 거듭 물었다.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어"라는 고함도 들렸다. 복도 곳곳에선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도서관에 있던 4학년 진현정(23)씨는 "맥이 턱하고 풀리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3일 서울교육청은 올해 초등교원 선발 인원을 105명으로 축소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올해 서울교대 입학 정원이 395명인데, 대략 4분의 1에 불과한 숫자다. 이날 서울교대 게시판에는 "교원 수급 정책의 실패를 왜 우리 학생에게 짊어지게 하느냐"는 대자보가 붙었다. 졸업반인 박모(23)씨는 "임용시험은 응시자 실력이 대체로 엇비슷해 시험 날 가장 운 좋은 105명이 합격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작년 임용시험 수석도 미발령

2016학년도 960명, 2017학년도 846명을 초등교사로 선발하던 서울교육청이 올해 88%나 선발 인원을 줄인 이유는 기본적으로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수는 273만명(2014년)→271만명(2015년)→267만명(2016년)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학생이 점차로 줄어들어 신규 교원 정원도 해마다 감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교육 당국은 신규 교사 선발 인원 감축에 그간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학교에 발령받지 못하는 대기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재 전국적으로 초등교사 임용 대기자가 3817명이다. 서울 지역에만 1000명에 달하는데, 올 연말까지 각 학교에 발령될 인원은 370명 정도다. 630명 안팎의 예비 교사들이 내년 혹은 그 이후로 임용 시기가 밀리는 것이다.

현행법상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3년 안에 발령 못 받으면 합격이 취소된다. 어떻게든 이 기간 안에 예비 교사 발령을 내줘야 하기 때문에 올해 신규 교사 선발 규모를 극단적으로 줄였다는 것이 서울교육청 해명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작년도 서울 지역 초등 임용시험 수석(首席)조차도 발령받지 못하고 대기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선 "최근까지 양껏 뽑아놓고 갑자기 88%나 줄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장기적인 교사 수급 예측은 기대도 않지만, 적어도 3년 정도는 내다보고 교사 선발 인원을 조절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대생 일부는 "동맹휴학해야"

서울교육청 임용계획이 알려지면서 임용시험 준비생 온라인 커뮤니티엔 "교육부나 교육청의 업무 부서장과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동맹휴학이라도 해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자"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교육부·교육청의 초등인사담당자 전화는 하루 종일 불통일 정도로 "신규 선발 인원 감축 계획을 철회하라"며 항의가 빗발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청 관계자는 "솔직히 파장을 어느 정도 예측했다"면서 "교원 감축 문제는 '청년 일자리 창출' 문제와 맞물리면서 그간 제대로 줄이지 못했다가 이번에 급하게 처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이화여대에서 대책위를 열어 향후 ▲규탄 기자회견 ▲교육부 앞 1인 피켓 시위 ▲대규모 집회 등을 전개하기로 했다.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은 이날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만나 "적어도 500명 정도로는 신규 초등교사를 선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명 규모의 서울교대 학생단도 4일 조 교육감을 만나 요구 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서울교대뿐만 아니라 전국의 교대들은 2007년부터 입학 정원을 40% 정도씩 줄이며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왔다"며 "교육 관료들만 아무런 대책 없이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 갑자기 졸속 행정으로 신규 교사 선발 인원을 8분의 1로 떨어뜨린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