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25구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LTV(담보 인정 비율)를 낮추고 주택 대출을 조이는 등의 주택 시장 종합 대책을 2일 발표했다. 한 달여 전 '6·19 대책'에도 불구, 아파트값 급등이 계속되자 다시 고강도 규제책을 꺼내 든 것이다. 서울 강남4구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최근의 집값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올 들어 최대를 기록했고, 350가구를 분양하는 아파트 청약에 2만여 명이 몰리기도 했다.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청년 세대와 서민들을 좌절케 하고 불로(不勞)소득자를 양산하는 집값 이상 과열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번 8·2 대책은 금융·세제·건설 분야의 강도 높은 규제를 망라해 단기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도 집값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책이 투기 규제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투기 수요만 잡으면 집값은 떨어진다"고 말한다. 부동산 대책을 '투기와의 전쟁'으로 보는 정부 시각은 편협하고 시장에 역행하는 것이다. 차익을 노린 투기도 분명히 있지만 근본적으로 실수요가 있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것이다.

주거 환경과 교육 조건이 좋은 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주택 수요가 강남권과 재건축 단지에 몰리고 이것이 집값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실수요를 소화하지 못하면 부동산 대책은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오히려 8·2 대책으로 재건축이 억제되면 매물이 줄어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을 더 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양질 주택을 늘리는 공급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12년 전 노무현 정부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며 고강도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고 집값은 급등했다. 공급대책 없이 투기만 잡으면 된다고 한 결과였다. 새 정부도 수요·공급의 시장 원리를 무시하면 똑같은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