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8일 밤 쏘아 올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동북아 안보 구도를 흔들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확실히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미국으로선 중국과의 전면적 마찰을 감수하면서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유사시 한반도에 미 증원 전력을 전개하는 것을 골간으로 하는 한·미 동맹의 기본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28일 오후 11시 41분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화성-14형 미사일을 발사한 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대 정점 고도 3724.9㎞로 (직선 거리) 998㎞를 47분 12초간 비행했다"고 밝혔다. 한·미 분석도 이와 별 차이가 없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 데이비드 라이트 참여과학자모임(UCS) 선임연구원은 29일 "LA, 덴버, 시카고는 사정권에 들어가고, 뉴욕과 보스턴에도 닿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할 능력'의 완성을 눈앞에 뒀다면 북핵 문제 해결의 틀도 바뀔 수밖에 없다. 그동안은 주변국들이 경제 지원과 안전 보장 등을 제공하면서 북한의 핵 개발 중단, 시설 폐기 등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북한이 아직 핵·미사일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방식이다. 하지만 이제 북한은 '핵 개발국'이 아닌 '핵 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고 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이번 미사일 발사 뒤 "이 정도면 미국이 우리를 건드리면 무사할 수 없다는 걸 이해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로지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이며, 한국 등 다른 나라는 관심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ICBM 발사 지켜보는 김정은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8일 밤 자강도 무평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의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

[북한 도발 보고도… 중국 "사드 반대"]

[미국 군사행동 가능성은?]

미국도 북한이 '레드라인'을 밟은 이상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말만 할 뿐 북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매우 실망했다"고 했다. 중국이 북한의 숨통인 원유 공급을 차단하도록 강력한 대중 제재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해상 봉쇄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의도대로 풀리지 않고 북한의 ICBM 실전 배치가 현실화된다면 미국의 대(對)아시아 안보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원하는 주한미군 철수 등을 받아주고, 미 본토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한·미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이 서울을 구하기 위해 LA의 희생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래된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