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조계사 앞마당에선 미꾸라지 2000마리가 살고 있다. 지금 조계사는 6월 말부터 시작된 '연꽃 축제'가 한창이다. 경내엔 450개 플라스틱 수조와 옹기에 핀 연꽃과 연잎의 분홍과 연두가 가득하다. 이 연꽃 핀 수조 1개당 미꾸라지 3~4마리가 들어 있다. 지난 18일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과 신도 300명이 방생(放生)한 이 '녀석'들은 수조 바닥에 깔린 진흙 속에 숨어 있어 육안으로 잘 보이지는 않는다.

불교계에서 방생은 살생의 반대 개념으로, 남이 잡은 생명체를 원래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예식이다. 주로 물고기를 풀어주는데, 사찰별로 특정 시기에 바다나 강을 찾아서 놓아주곤 한다. 조계사의 경우도 재작년 가을엔 시화호를 찾아 우럭 치어(稚魚) 10만 마리를 풀어줬다. 방생 땐 각 지역 내수면연구소 등에 문의해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을 어종을 추천받는다고 한다. 올해 조계사가 경내 연꽃 수조에 미꾸라지를 풀게 된 것은 우연히 나온 아이디어 덕분이다.

조계사는 매년 6월 연꽃 축제를 개최하면서 경기 용인의 한 농장에서 연꽃을 가져온다. 이 농장은 인근 진위천의 물을 떠서 연꽃 수조에 담아왔다. 그럴 때면 개천 물에 살던 미꾸라지와 붕어 몇 마리씩은 딸려 오곤 했다. 미꾸라지나 붕어는 수조를 헤엄쳐 다니면서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고, 모기 유충도 잡아먹었다. 올해도 조계사와 농장 관계자들은 연꽃 축제를 준비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예 미꾸라지를 수조에 넣어주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지난 18일 공식 '방생 법회'를 갖고 미꾸라지를 수조에 넣게 된 것.

미꾸라지 방생 후 일부에선 '최종 처리(?)'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결국엔 추어탕 재료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조계사와 농장 관계자는 펄쩍 뛰었다. 조계사 관계자는 "바로 그 점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농장 관계자는 "9월 초 축제가 끝난 후 수조를 잘 정리하고 미꾸라지들은 논과 하천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