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진 정치부 기자

여당(與黨)인 더불어민주당에 곤혹스러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26명이 본회의에 불참해 정족수 부족 사태가 빚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했던 추경안인데도 여당 의원이 5명 중 1명꼴로 자리를 비운 것이다. 이유는 해외 출장, 효도 관광, 아들 군 면회, 딸의 졸업식 참석 등 다양했다. 의결 정족수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가시기도 전에 민주당 의원들 처신이 또 문제가 됐다. 송영길·손혜원 의원이 지난 24일 위안부 피해자인 김군자 할머니 빈소에서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은 것이 알려졌다. 논란이 되자 두 의원은 사과했지만, 손 의원이 "호상(好喪)으로 장수를 누리신 할머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기쁘게 보내자는 봉사자들의 뜻도 있었다"고 해명해 다시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의 잇단 악재(惡材)에 여의도에서는 "여당 되더니 변했다"는 말과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라는 말이 동시에 나온다. 변했다는 것은 야당 시절 민주당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추경안이 어렵게 통과되고 난 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야당 시절엔 회기 중에 국회를 비우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 본성이 드러난다는 것은 '튀는' 언행으로 구설(口舌)에 오르는 일이 잦았던 일부 의원들에 대한 얘기다. 김군자 할머니 빈소에서 물의를 일으킨 손혜원 의원은 지난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계산된 것"이라고 했고, 송영길 의원은 대선 직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향해 "정계 은퇴해야 하지 않겠나"고 해 논란이 일었다. 그래도 이때는 바로 조치가 됐다.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는 손 의원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고, 손 의원은 대선 캠프 홍보부본부장직에서 사퇴했다. 송 의원도 국민의당 지도부에 공개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손혜원 의원(네번째)이 지난 2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군자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 분당 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해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 '표적 증세' 3조8000억…]

그러나 이번에는 문제에 대한 조치도 마땅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26일 본회의 불참 의원 26명에 대해 '서면 경고'를 하는 선에서 이 문제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박완주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회의 직후 "(26명에 대해) 징계하자는 최고위원은 단 한 분도 없었다"고 했다. 송영길·손혜원 의원 문제는 당 차원에서 논의도 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우리(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가진 좋은 가치들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이 우리와 거리를 두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할 때입니다. 우리의 이념, 정책, 주장 자체가 아니라 그걸 표현하는 '태도' 때문에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그건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50%대다. 지지율이 높을 때일수록 태도의 문제를 먼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