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소득층·대기업 증세논의 본격화…]

정부·여당이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 방침을 확정한 데 이어 금융소득을 비롯한 자본소득 과세 강화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다. 또 '과세표준 5억원 초과' 소득자 바로 아래에 '3억~5억원' 구간을 새로 만들어 추가로 증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다. 지난 1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에도 증세는 중장기 과제였다. 그러더니 불과 며칠 만에 증세 쪽으로 완전히 방향이 바뀌었다. '여론이 우리 편'이라고 자신한 때문일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이번 증세 방침에 대해 국민의 80%를 넘는 사람들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득세를 더 내야 하는 고소득층이 전체의 0.08%에 불과하고, 법인세 증가분의 90%를 10대 대기업이 다 내야 하는 상황이니 당연한 결과다. '세금은 더 걷어야 하지만 나 말고 네가 내라'는 것이 모든 사람의 심리다. 지금 증세는 '99.9대0.1'의 구도다. 여권 입장에선 이를 99대1, 혹은 90대10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그러면서 '조세 정의'를 내세운다.

증세는 필요하면 해야 하지만 최소한의 원칙과 균형은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선 근로자의 절반 가깝게(46%)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소득세 면제자가 5.9%에 불과한 영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고 미국(35.8%)이나 호주(25.1%) 등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역대 정권이 세금을 국민의 의무가 아니라 포퓰리즘 측면에서 다뤄왔기 때문이다. 세금을 더 걷으려면 고소득층에게서 더 걷되 다른 사람들에게도 최소한의 의무는 다하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고소득층과 대기업만 표적으로 삼으면 다수 대중(大衆)은 박수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득표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어디선가에선 소리 없이 부작용이 잉태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