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민족마다 선호하는 맛이 있고, 그 맛을 내는 조미음식이 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간장·된장·고추장 등 장(醬)을 이용해 간과 맛을 맞췄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된장은 항암·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며 요즘에 와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된장은 언제부터 만들어 먹었으며, 언제부터 된장이라고 불리게 됐을까? 된장의 어원과 역사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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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된장을 처음 만든 나라는 어디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된장을 만드는 메주콩의 원산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메주콩의 원산지를 만주로 보는 학계의 이론상으로는 장(醬) 문화가 만주에서 태어났을 확률이 높다.

대부분의 발효식품처럼 콩 재배지에서 자연적으로 장이 생겼다고 한다면, 이미 기원전 1,500년 전인 청동기 시대부터 장의 원형이 있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실제로 두만강 인근 지역인 북한의 회령 오동 고조선 유적지에서는 기원전 1300년경의 청동기 유물과 함께 콩, 팥, 기장이 나왔다.

장(醬)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3세기에 쓰인 중국의 라는 문헌에 고기로 만든 육장에 대해 기록된 것이 처음이다. 하지만 콩으로 만드는 두장(豆醬)은 우리 조상들이 처음 만들었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다. 왜 그럴까? 답은 문헌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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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콩을 장으로 발효시키기 시작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없지만, 고구려가 만주를 차지하고 있던 시절에 제조 기술이 점차 발달해 다른 나라로 전파되었던 것은 옛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삼국지 에는 "고구려가 *장양(贓釀)을 잘한다"는 기록이 있다. 고구려 유민들이 발해를 세운 직후인 7세기 말에는 이미 메주가 발해의 명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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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인들은 메주로 된장을 만드는 법을 이웃인 중국과 일본에도 전파했다. 8, 9세기경에 장이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기록은 에 "고려의 장(醬)인 말장이 일본에 와서 그 나라 방언대로 미소라고 한다"고 기록돼 있다.

중국의 등의 문헌을 봐도 메주를 소개하면서 '외국에서 건너온'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문헌과 여러 정황을 봤을 때 된장은 우리나라에서 중국과 일본으로 전파된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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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

'장(醬)'은 콩을 주원료로 발효시켜 만든 조미료를 말한다. '된'은 '반죽이나 밥 따위가 물기가 적어 빡빡하다'라는 뜻으로 '된장'은 간장과 비교해 수분이 적어 점도가 높은 장을 말한다. 다시 말해 '된장'은 콩을 주원료로 발효시켜 만든 뻑뻑한 조미료다.

된장은 언제부터 된장으로 불렸을까? 문헌상으로는 17세기 조리서인 에 '된쟝'으로 표기된 기록이 있지만, 이게 어떤 형태의 장(醬)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19세기 중반의 와 19세기 말의 등에 된장이 '된쟝, 된장' 등으로 표기된 것으로 보아, 이때부터 한글 표준어 '된장'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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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헌) 속 이야기

에 보면, 신라 신문왕 3년(683년) 왕비의 폐백 품목으로 쌀, 술, 기름, 꿀, 포와 더불어 간장과 된장도 포함돼 있다. 삼국시대에는 된장이 예물로 보낼 만큼 귀한 음식이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고려 시대로 가면 된장은 백성들도 먹는 보편적인 음식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려 현종 9년(1018년)에 거란족의 침입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된장을 나눠줬다는 기록이 있고, 문종 6년(1052년)에도 임금이 개경에 굶주린 백성 3만 명에게 메주를 나눠줬다는 기록이 에 남아 있다.

조선 시대에 들어오면 장 담그는 법에 대한 구체적인 문헌이 등장한다. 에는 '콩과 밀로 메주를 만든다'고 기록돼 있다. 에는 장 담그는 요령과 절차, 주의할 점, 장 담그기 좋은 날 등 여러 기록이 상세히 적혀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직접 장을 만들어 먹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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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은 메주로 간장을 담근 뒤에 장물을 떠내고 남은 건더기를 말한다. 된장은 크게는 재래식 된장과 개량식 된장으로 나뉜다.

재래식 된장은 콩으로만 만든 메주를 소금물에 담근 다음 발효과정을 거쳐 여액인 간장을 떠내고 남은 부산물이다. 개량식 된장은 황국균(黃麴菌, Aspergillus oryzae)을 배양한 *코지(Koji)와 삶은 콩을 혼합하여 발효시킨 것으로, 주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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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숙성 기간이나 추가하는 재료에 따라 토장, 막된장, 막장, 즙장, 청국장 등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한 중 일의 된장은 어떻게 다를까? 먼저 일본 된장은 '미소(味噌)'라고 하는데, 콩만 이용하는 우리의 재래식 된장과는 달리 쌀· 보리·밀 등을 첨가해 달짝지근한 맛이 난다. 일본 된장은 황국균을 접종해 만든 코지를 이용하는데, 섬나라인 탓에 기후가 습해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발효하도록 두면 부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의 된장이 일본으로 건너간 것은 대략 8세기 초다. 일본의 에도 장·시·말장이란 기록이 나오고, 에도 말장이란 말이 나오는데 이는 고구려 발음으로 '미소'로 읽었다고 한다. 일본의 미소는 고구려 된장이 전수된 것일 뿐 아니라 '미소'라는 말 자체도 건너갔다.

즉 일본의 미소는 고구려 된장인 미소가 건너간 것으로, 된장이라는 음식을 만드는 법뿐만 아니라 '미소'라는 말 자체도 고구려의 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중국 된장은 면장, 황장, 두반장, 라조장, 해선장 등 종류가 20여 종이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우리가 중국 된장으로 많이 알고 있는 춘장은 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발효시켜 만든 단맛이 나는 장이다. 원래는 첨면장이라고 부르다가 첨장이라고 줄여 부르게 됐고, 이후 발음이 변해 춘장이 됐다고 한다.

중국 장 중에도 일부는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았다. 콩이 생산되지 않는 중국 본토에 콩과 시(메주)가 도입된 것은 대체로 기원전 7세기 무렵이라고 한다. 기원전 7세기 초에 제나라 환공이 만주 남부에서 콩을 가져왔다는 기록이 있고, 라는 책은 시를 외국에서 건너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메주가 건너가 기존의 중국 장과는 다른 장이 개발됐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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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능

된장은 단백질 함량이 높다. 또, 제조 과정 중 콩 단백질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새로운 성분으로 합성되면서 약 20종의 아미노산이 생성된다. 된장이 가진 좋은 성분들은 우리 몸에서 어떤 긍정적인 작용을 할까.

된장에 들어있는 단백질 성분 중 필수아미노산의 하나인 메티오닌(methionine)은 양은 많지 않지만 체내의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에서 지방을 제거하고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된장에 들어있는 지방은 대부분 불포화지방산 현태로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다. 그 중 리놀레산(linoleic acid)은 콜레스테롤이 체내에 쌓이는 것을 방지하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역할을 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된장의 숙성과정에서 콩에는 없었던 새로운 성분이 생겨나거나 강화되는데, 발효군인 고초균(Bacillus subtillis)이 삶은 콩을 분해하여 생성하는 서브틸린(subtilin)이라는 물질이 암세포를 파괴한다. 전통 발효 식품 중에는 된장이 항암효과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암효과는 삶은 콩보다는 생콩이 우수하고, 생콩보다는 된장이 더 우수하다. 된장의 종류에 따라서는 재래식 된장, 개량식 된장, 청국장, 일본 된장 순으로 항암효과가 높다.

된장의 노란빛에는 말라노이딘 성분이 들어있어 노화를 예방해주고 인슐린 분비를 원활하게 해 당뇨를 개선한다.

된장의 유리리놀산은 멜라닌 색소의 합성을 억제함으로써 기미와 주근깨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는 효과가 있다.

["된장 먹으면 면역력 증진" 속설이 아닌 과학 입증]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뜻밖의 음식사(김경훈, 2006)
풀무원 블로그